[뉴스핌=이수호 기자]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엔씨소프트가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사인 넷마블게임즈와 손을 맞잡았다. 공동사업 및 전략적 제휴를 명분으로 엔씨소프트는 전격적으로 넷마블과 주식맞교환을 발표했다.
엔씨소프트는 경영권 분쟁에서 원군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바일 부문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최대주주인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17일 오전 11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사주 맞교환을 공개했다. 이날 엔씨소프트는 총 3911억원 규모의 자사주(8.93%)를 넷마블에 넘겼다. 하루앞선 16일에는 3803억원어치의 넷마블게임즈 자사주 9.8%를 사들였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 3위인 넷마블과 자사주를 맞교환해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택진 대표의 9.9%와 넷마블 지분(8.93%)을 합칠 경우 18.73%로 넥슨(15.08%)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서로 부족한 모바일과 글로벌 대응을 채웠다는 점에서 윈윈한 계약으로 보인다"라며 "엔씨소프트 입장에선 우호지분 확보로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도 큰 걱정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 공동사업 및 전략적 제휴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김학선 기자> |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 상호 퍼블리싱(Publishing) 사업 협력, ▲ 크로스 마케팅, ▲ 합작회사 설립 및 공동투자, ▲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공동 진출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공개했다. 양사의 장점을 공유하면서 글로벌 모바일 게임업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복안이다.
우선 넷마블과 협력으로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늦장 대응'이라는 주주들의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넷마블의 모바일 노하우를 이식받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택진 대표는 "모바일과 글로벌이라는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심장을 교환했다"며 "기존 모바일 시장에서 퍼블리셔 블럭화(유통구조)에 대해 어떻게 진입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과제였고 이런 이슈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 지가 고민이었다"고 협업 배경을 설명했다.
넷마블 역시,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내수 시장에 머물렀던 매출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모바일에 편중됐던 사업 부문도 재편될 전망이다.
방준혁 의장은 "모바일게임은 세계화 상품이며 향후 글로벌하게 나갈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라며 "단순히 넥슨과의 경영권 논란에 초첨을 두고 봐선 안되며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봐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넥슨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동시에 모바일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는 우군을 얻은 셈"이라며 "넷마블 입장에서도 향후 상장을 대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남는 장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