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가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안을 수용하기로 한 데 따라 그렉시트 사태의 급한 불이 진화됐지만 뉴욕증시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장 초반 약세 흐름을 보였던 주가가 그리스 호재에 낙폭을 회복했지만 보합권 오름세에 머물렀을 뿐 랠리는 없었다.
다만 S&P500 지수가 장 후반 2100선을 ‘터치’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17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전날보다 18.21포인트(0.10%) 오른 1만8037.56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2.31포인트(0.11%) 오른 2099.30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3.06포인트(0.06%) 소폭 오른 4896.90에 마감했다.
이날 장 후반 S&P500 지수는 2101까지 오른 뒤 상승폭을 축소했다. 지수가 2100선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18일 유로존 채권국에 기존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을 요청할 계획이다.
국내 시중은행이 예금 이탈에 따른 유동성 지원을 주장하고 나선 데다 독일이 강경한 입장을 취한 데 따라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인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4~6개월 가량 연장될 것으로 주요 외신은 전망하고 있다.
16일 그리스와 채권국의 채무조정 협상이 불발된 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할 때까지 재무장관들이 지원을 위한 어떤 논의도 갖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그리스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리스 정부가 일보 후퇴한 데 따라 발등의 불이었던 뱅크런 사태와 재정 고갈 및 그렉시트 리스크가 일단 진화됐다는 평가다.
이날 주가 흐름과 관련, 록웰 글로벌 캐피탈의 피터 카딜로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관련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지 않은 것은 그동안 증시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국채와 금을 포함한 안전자산은 이번 그리스의 결정에 따라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더그 코트 전략가 역시 “이른바 그렉시트 사태에 대해 투자자들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았다”며 “유로존을 떠날 때 그리스가 얻는 것은 전무한 반면 채권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분더리히 증권의 아트 호건 전략가는 “어떤 형태로든 사태가 일단락될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들 사이에 잠재돼 있었다”고 전했다.
롤러코스터를 연출했던 국제 유가는 변동성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날 유가는 배럴당 53.53달러에 거래, 전날보다 75센트 소폭 올랐다.
찰스 슈왑의 랜디 프레드릭 매니징 디렉터는 “유가가 일정 방향으로 오르거나 떨어져야 할 이유가 없다”며 “현 수준에서 안정을 이루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 뉴욕 지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가 이달 7.8을 기록해 1월 10에서 하락했다. 세부 항목 가운데 주문 지표가 1.2로 떨어져 수요가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지표도 일보 후퇴했다. 주택 건설 업계의 심리를 나타내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시장지수가 2월 55를 기록해 전월에 비해 2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종목별로는 굿이어 타이어 앤 러버가 큰 폭의 실적 향상을 호재로 3% 이상 뛰었고, 스타우드 호텔 앤 리조트 월드와이드가 최고경영자 사퇴 소식에 3% 가까이 상승했다.
케이블비전 시스템스는 월가의 연이은 투자의견 하향 조정에 4% 이상 떨어졌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