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가 앞으로 차기 회장 선임 시 현 회장의 연임 여부부터 결정하기로 했다. 윤종규 회장 후임을 결정할 때 윤 회장이 연임할 것인지를 먼저 묻는 것이다.
또 차기 회장 후보군을 물색하는 경우 주요 계열사 사장 등 내부 인물로 구성되는 그룹의 경영관리위원회(경관위) 멤버를 '유력한' 롱리스트(1차 후보군)로 삼기로 했다. 사실상 경관위에 포함되지 않으면 차기 회장 후보가 되기 어렵게 했다.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 신한금융지주와 비슷하게 일종의 '적극적 자격' 요건을 만드는 셈이다.
23일 복수의 KB금융지주 사외이사에 따르면, KB금융은 이런 내용의 CEO승계 규정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안을 오는 27일 내놓는다.
핵심은 최근 신설한 지주의 그룹경영관리위원회를 CEO 승계 규정 등과 연계하는 것이다. 지주의 의사결정 구조를 경관위에서 투명화, 체계화 한 뒤 경관위 활동을 통해 내부의 CEO 승계 후보군을 검증, 육성할 계획이다.
쉽게 말해, 경관위를 유력한 예비CEO 풀로 사용하고 경관위를 통해 CEO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외풍 차단에도 나서는 것이다. 그간 KB금융은 'KB사태'를 계기로 외부 컨설팅 회사와 내부 TF를 중심으로 사외이사와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벌여 모든 쟁점을 사실상 정리한 상태다.
우선, 차기 회장 선임 시 현 회장의 연임 여부를 먼저 결정키로 했다. 시점상으로는 회장 임기 만료 3~6개월 전에 연임 여부를 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외이사는 "현 CEO의 연임 여부를 먼저 결정하고 연임이 안 된다고 하면 차기 CEO를 뽑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의 연임 여부를 우선 결정하는 것은 현직 CEO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실적이 좋은 CEO의 연임을 사실상 보장하는 조항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지주는 2013년 말 한동우 회장 2기체제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연임 여부를 먼저 논의한다'는 비슷한 조항이 한 회장에게 유리하다는 논란에 휩싸여 이 내용을 삭제했었다.
KB금융은 또, 그룹의 경영의사결정을 공식화하기 위해 최근 신설한 경관위의 구성원을 차기 회장 후보군의 롱리스트로 우선적으로 삼기로 했다. 경관위는 회장과 보험, 증권, 카드사 등 주요 계열사 대표, 리테일·기업·WM 등 3~4개의 국민은행의 주요 비즈니스 그룹장, 지주 부사장(CFO) 등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은 연임에서 탈락되면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된다.
다만, KB금융이 외부에 100% 문을 닫고 이런 경관위 멤버만으로 CEO의 잠정 후보군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경관위 멤버는 자동적으로 차기 CEO 롱리스트로 관리되는 데다 경관위 경험 등을 통해 CEO후보 자격 기준에서 요구하는 KB금융과 관련한 경험 등의 항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CEO 후보 기준을 경관위 경험이 유리하게 평가되도록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지난해 KB사태 이후 윤 회장을 뽑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하면서 4가지 영역으로 구분된 CEO 후보 기준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를 완전히 바꾼다는 얘기다. 동시에 당시 CEO 후보 기준에서 외부 관료가 CEO 후보가 되는 길을 텄다는 비판을 받았던 '금융정책 기관 혹은 금융감독기관에서 10년 이상의 재직경험' 등의 조항은 삭제키로 했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외부인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관위 멤버가 1차 차기 CEO 후보군이 되며 자격 요건에서 경관위 경험 등 KB의 경험이 강조되기 때문에 외부인이 핸디캡을 받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의 회추위는 '확대 지배구조위원회'로 바뀐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설치토록 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명칭만 다르고 같은 기구다. KB금융은 임추위를 지배구조위원회로 만들었고, 이를 두가지로 운영할 계획이다. 행장 등 계열사 CEO는 지배구조위원회로, 그룹의 회장을 뽑을 때는 확대 지배구조위원회로 가동한다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