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자산시장에 유동성 기류 변화가 두드러진다. 러시아 증시와 원유시장 등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어졌던 곳으로 자금 유입이 재개되는 움직임이다.
미국과 유럽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가운데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소외된 자산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리스크가 없지 않지만 상대적인 저평가 매력이 투자 자금을 유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마킷에 따르면 지난 2월 러시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31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밀려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 700억달러가 빠져나간 것을 포함해 상당 기간 투자자들의 ‘팔자’가 봇물을 이뤘던 상황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원유 생산 현장[출처:AP/뉴시스] |
러시아의 2월 GDP가 6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 펀더멘털의 하강 기류가 여전하지만 유가 폭락에 제동이 걸렸다는 의견이 번지면서 매수 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바닥으로 내리 꽂힌 러시아 증시의 밸류에이션 역시 베팅의 근거로 꼽힌다.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투자 자금 흐름은 러시아의 실물경기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며 “러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가 대폭 개선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증시의 투자 자금은 특히 에너지 섹터로 집중됐다. 브렌트유가 1월 중순 배럴당 45달러로 바닥을 찍고 반등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머징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닉 스미디 최고투자전략가는 “러시아 증시는 바닥에서 25% 뛴 상태이며, 사실상 불마켓에 진입한 셈”이라며 “최근 자금 유입은 경제 펀더멘털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은 원유 시장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자산 규모 상위 5개 원유 ETF로 자금 유입이 살아나면서 이들의 자산 규모가 지난해 7월 대비 4배 이상 급증, 54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6월 이후 60% 폭락한 유가가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고 있지만 추세 반전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카스텐 프리츠 애널리스트는 “최근 수개월 동안 투자자들이 석유 관련 금융 상품에 강력하게 베팅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최고치 랠리와 채권 수익률의 최저치 하락에 따른 부담이 자금 흐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스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원유와 금 연계 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최근 두 개 자산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원유 저장 창고가 투자자들 사이에 새로운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원유 재고가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우는 데다 저장 비용이 상승 추세를 타면서 새롭게 형성되는 움직임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원유 저장 창고 선물 거래를 개시했다. 석유 업체와 운송 업체가 관련 선물 거래에 뛰어드는 움직임이며, 헤지펀드를 포함한 기관 투자자들이 가세할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