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지난주 국내증시 최대 모멘텀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시행이었다면 이번 주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가 관심사다. 오는 12일 금통위 앞두고 증권가에선 금리인하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최근 정책 당국자들의 잇따른 디플레이션 우려 발언, 침체일로의 경제지표, 주변국들의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다.
다만 증권가에선 당장 이번 달 한국은행이 전격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보단 '소수의견'을 통한 시그널을 시장에 한 차례 던진 뒤 4~5월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또 금리인하가 단행되더라도 4월 이후라면 주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주식시장에서 금리변화에 가장 예민한 움직임을 보이는 은행 증권주의 최근 움직임을 볼 때 금리인하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 주 은행업종은 1.50% 하락했고, 증권업종은 2.41% 올랐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드는 은행주는 약세를 보인다. 반면 금리인하에 따라 시중자금이 증시로 쏠리며 증권주는 오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최근 증권주 호조세가 거래대금 증가와 증시 거래 활황세에 기반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금리인하 기대감도 빼놓고 얘기할 순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물가지표 등 경제지표가 너무 안 좋게 나온데다 중국 인도 등 여타 인접 국가들이 환율전쟁에 들어갈 정도로 금리를 줄줄이 내리다보니 한은으로서도 안 내리기 부담스러운 입장일 것"이라며, "금리를 내릴 경우 채권 보유가 많은 증권주와 대형 수출주들에 대한 매기가 쏠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경기와 물가지표를 감안할 때 더 이상 대세를 거스르긴 어려울 것"이라며 3월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하를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 상당수는 최근 한은 금통위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번 달 당장 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데 무게를 둔다.
◆ "3월 금리인하 가능성 낮아.. 4~5월 인하해도 영향력은 작을 것"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아무리 시장 압박이 커진다고 해도 지난달까지 금통위가 소수의견 없이 동결을 외쳤는데 당장 방향을 틀 가능성은 낮다"며,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 우려를 떠안으면서까지 무리할 것 같진 않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금통위가 소수의견을 통해 시장에 인하 시그널을 보낸뒤 4월이나 5월께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증권사 채권운용 고위 관계자 역시 "당국 고위관계자들의 발언들, 국내외 경제지표 등을 감안할 때 인하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어가는 것은 맞지만 지금까지 금통위 스탠스를 봤을 때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3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동결을 전망한다"며 "지난 금통위를 통해 통화당국 스스로가 경기에 대한 적극적인 판단을 유보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제시된 후 4월에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 관측대로 금통위가 이 달 소수의견을 통해 시장에 시그널을 보낸 뒤 4~5월 금리인하가 단행된다면, 이것이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정도일까. 일각에선 외국계자금의 유입으로 대형 수출주 중심의 상승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B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이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선반영돼 있다"며 "이번에 내린다면 전격적인 조치로 봐야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미국의 6월 전후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이번이 국내의 마지막 금리인하가 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을 경우, 한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가 되레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B운용 매니저는 "우리 당국은 '경기회복 시까지 금리인하'라는 무제한적 시그널을 내는 미국과 다르다. 이번에 내리면 기준금리가 1.75%로 절대적인 저금리 수준이 된다. 금리를 내리는 순간 이를 마지막으로 판단, 시중 금리는 되레 올라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이 예상하는 채권가격 강세와 외인자금 유입이 아닌 반대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와 의견을 달리하는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설령 그 같은 우려에 되돌림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이후 상황, 즉 금리전망은 또 바뀔 수 있다"며 "미국이 금리인상 사이클로 들어가기 전까진 어떤 상황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