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에 진입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 규모도 대폭 확대된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쏟아붓는 모습이다.
12일 한은은 기준금리를 종전 연 2.00%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연 1.75%로 하향 조정했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에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00% 수준으로 유지했었다.
예상보다 한 발 앞선 인하 결정이기도 하다. 당초 시장에서는 3월 소수의견 출현 동결 후 4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그간 금리 인하에 유보적인 입장이었던 한은이 서둘러 전격 인하를 단행한 이유는 올해 두 달간 경제지표가 종전 전망을 달성하지 못할 정도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하가 단행됐으나 내수 부진은 더욱 심화된 상황이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일시적 충격 요인이 없고 저유가가 잠잠해진 상황임에도 좀처럼 실물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두 달치 실적을 보고 모니터링을 한 결과 내수 회복세가 상당히 미약해 지난 1월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며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성장 잠재력까지 저하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눈을 감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소비·설비투자 모두 부진.. 1월 전망한 성장경로 하회 우려
특히 한은은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에 그쳐 담뱃값 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온 점에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이 시점에서 잠잠했던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력이 거세지기도 했다.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구도에 있는 중국이 지난달 금리 인하를 단행한 점도 매파 기조를 유지하기에 부담이었다. 이날 전격 인하로 한국도 글로벌 통화전쟁 측면에서 경쟁력을 한 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디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에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아울러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는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주요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로, 어떤 속도로 이뤄질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하반기 미국금리 인상 시나리오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곧바로 따라 올려야 하는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1%대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지는 향후 상황 전개에 좌우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말미에 이 총재는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 규모를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확대 규모는 3조원 이상 5조원 이하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깜짝 인하와 더불어 신용정책까지 동원돼 그간 미미했던 금리 인하 효과가 끌어올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계부채 우려는 여전.. 추가 금리 인하 기대도 있어
그러나 이달 금리 인하 효과가 경기 부양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현재로서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인하 결정으로 가계부채 급증이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이에 이 총재는 "금리를 내리면 분명 가계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며, 가계부채는 이번 인하 문제 뿐 아니라 해결해야할 과제로 생각하고 있고 한은과 감독당국, 정부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한은과 기재부 등 정책당국이 가계부채 관리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계부채는 관리가능한 수준이며 주택거래량과 동반 진행되고 있고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 질적구조도 개선 중이고 최근 증가세는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한편, 3월 기준금리 인하가 올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한 가운데 추가 인하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통화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2분기 추가 인하를 예상한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 총재도 금리 인하 쪽으로 돌아섰으며, 향후 정책공조 차원의 재정정책과의 조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우려가 있지만 정부는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는 총량 규제보다는 저금리, 고정금리로 전환해 부채의 질을 개선시키는 방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