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추연숙 기자] 삼성그룹 각 계열사 사장들이 '생명과학과 인간의 미래'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고 생명과학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삼성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중 하나로 의료기기 사업을 점찍은 바 있어, 계열사 사장들이 직접 나서 생명과학에 대한 소양을 넓히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18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삼성사장단회의에서 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를 초청해 '생명과학과 인간의 미래'로 강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은 두 가지 방향의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첫째로 인간은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합성하는 시대로 들어섰다"며 "하지만 둘째로 지구가 여섯 번째 멸종기를 맞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라며 생명과학의 긍정적·부정적 관점을 동시에 제기했다.
송 교수는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를 극심하게 파괴하면서 인류는 제6의 멸종기로 들어섰다"며 "데본기, 페론기, 트라이아이스기 등에 이어 우리는 현재 빠른 속도로 그 다음 멸종기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인간의 유전자를 해독하는 프로젝트인 '게놈프로젝트'가 진행된 이후, 인류에 찾아온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송 교수는 우선 인류에 의료혁명의 시대가 올 것이라 전망했다. 송 교수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비용이 매우 낮아져 24시간 정도 시간이면 인간의 유전자를 다 들여다 볼 수 있다"며 "유전적으로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개인 맞춤 의료 가능한 시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맞춤아기' 등 생명윤리의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부모가 첫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둘째를 낳아서 골수이식 한 사례가 10건 정도에 달하며, 일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해 그에 맞는 직업을 배정하려는 시도까지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아울러 송 교수는 "결국 이렇게 생명과학은 인류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했고, 인류를 멸종위기로 이끌기도 한다"며 "이 두 방향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삼성은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서 의료기기 등의 '헬스 케어' 산업을 꾸준히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삼성이 의료 및 헬스 케어 분야에서 많은 연구개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IT·모바일 기술에 의료 헬스 케어를 접목하면 다양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