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3월이 되자 기업들이 돌연 미국 달러화를 팔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1100원대를 깨고 1130원대까지 치솟자 나타난 현상이다. 이 수준을 기업들이 환율 고점으로 보고 환차익을 얻기 위해 달러를 매도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2월까지 달러 강세에 힘입어 국내 거주자 美 달러예금은 증가세였다.
20일 국내 최대 외환거래 은행인 외환은행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미 달러화 예금잔액은 1월 말 87억5300만달러, 2월 말 97억700만달러로 늘어나다가 지난 19일 기준 88억 3500만 달러로 감소했다. 불과 20일만에 8억7000만달러를 정리한 셈.
외화예금의 90%는 기업들이 예치한 것으로 개인의 수요도 투자목적보다는 자녀 유학비용 등 실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어서, 기업들의 외환전략에 의해 예금잔액이 변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거주자외화예금은 우리경제의 대외거래 증가에 맞춰 늘어나는 추세”라며 “2월에는 공기업의 수출입대금 예금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외화예금이 3월들어 감소한 배경은 최근 달러/원 환율에 대해 고점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풀이가 많다.
최현호 외환은행 외환사업부 차장은 “기업들이 최근 환차익을 실현하거나 원화결제를 늘리면서 외화예금이 감소했다”면서 “새롭게 외화예금에 가입하려는 수요는 관망세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달러/원 환율을 고점으로 보고 환차익을 실현하는 증거들은 많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환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었는데도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내린 1126.40원에 그쳤다.
A 은행의 외환딜러는 "경제전망 자체가 불안해 금리 인하는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 예측했던 부분이었다"면서도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가 선반영됐고 단기 급등세에 따른 레벨부담감에 차익실현성 포지션 정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원 환율이 지난 16일 1131원으로 고점을 찍고 내리자 다소 매도세가 줄었다. 외환은행의 미 달러화 예금잔액은 지난 13일 86억2500만달러에서 가장 크게 감소했다가 최근 3억달러 가량 증가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