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우리나라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하 AIIB)에 가입할 경우 21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개도국 인프라 건설 시장에 우리 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 AIIB 가입국들이 향후 인프라 건설을 위해 재정확대,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 회복세가 가속화돼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AIIB에 참여하기로 한 국가는 32개국이다. 인도, 파키스탄, 아세안 10국 등 21개국의 참여로 시작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참여를 공식화했다. 주요국 중 AIIB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조만간 AIIB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할 전망이다.
AIIB는 미국과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보완 혹은 대체하기 위해 조직되고 있는 기구다. 특히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AIIB는 중국의 장기성장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신(新)실크로드)를 추진하는데 있어 금융정책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향후 동북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와 이스탄불을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육상실크로드와 동북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와 인도양을 거쳐 유럽에까지 이르는 해상실크로드를 개발할 계획인데 인프라 투자에 AIIB자금이 쓰이는 것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일대일로가 완성되면 26개 국가·지역 인구 44억명이 하나로 연결되며 경제 규모는 2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도 "7%로 성장목표를 낮춘 중국이 내세운 장기성장전략이 일대일로"라며 "장기계획인 만큼 당장 숫자로 보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당장의 금리인하나 부양만큼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등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AIIB가입은 더욱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랙픽=송유미 미술기자] |
아시아 신흥국 인프라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건설과 기술, 자금, 경험 등 인프라 관련 분야에서 우위를 갖고 있어 중국으로부터 끊임없이 AIIB 가입에 대한 '러브콜'을 받아왔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에 인프라와 기술력 등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이 더 쉽게 진출할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의 AIIB 참여가 성사될 경우 북한 인프라에 투자하고 통일을 대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AIIB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AIIB가 발주하는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에 사실상 참여하기 어렵다"며 "AIIB이사회 간부진으로 한국인이 있을 경우 기업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IB 설립으로 전세계 재정, 인프라투자 확대, 교역량 증가라는 긍정적인 영향도 기대된다. 이를 통해 세계 경제 회복세가 더욱 빨라진다면 수출중심국가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호재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G2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파생된 국제기구설립의 확대는 재정정책측면에서 확대재정과 경기부양의 효과를 낸다고 봐야 한다"며 "중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 확대 노력은 재정지출과 인프라투자 확대로 연결된다"고 밝혔다.
최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IB의 주된 방향은 중국의 서쪽인 중앙아시아가 되겠지만 우리가 참여함으로써 동북아시아 인프라 개발로도 방향을 돌릴 수 있다"며 "ADB나 IDB(미주개발은행)에 가입돼 있지만 프로젝트를 딱히 수주한 게 없지만 AIIB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