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급 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다양한 제약 요인들이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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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26일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ECB가 지난해 마이너스 수신금리를 도입했으나 유로지역의 성장과 물가 상황 개선은 미진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ECB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종전 0.25%에서 0.15%로, 초단기 수신금리인 ECB 예금금리를 0%에서 마이너스 0.1%로 인하했다. 이는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ECB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파급 경로가 예상보다 미흡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장적 통화정책이 단기금융시장과 국채시장 일부에만 파급되고, 실물경제와 연관이 있는 장기금융시장에서는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로존의 국채시장을 제외한 장기금융시장의 경우, 회사채 금리가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을 중심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대출금리도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현지 시장에서는 유로 지역 회원국간의 경제여건 차이, 금융상품간 만기구조 차이 및 정책반영 시차 등이 금리 파급경로를 크게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부실한 신용에 대한 경계감도 통화정책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업대출수요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으로 은행들이 디레버리징(부채 정리)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은행들이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수익 추구보다 경영안정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ECB의 금융기관 종합실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특히 기업대출비중이 높고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남유럽 과다체무국의 경우, 은행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거부 비중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유로지역의 시장 분절화 현상'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통화 정책 효과를 제한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한은 측은 유로지역의 신용경로가 제대로 작동케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신용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은행의 경기대응적 대출 태도를 이끌어 자금의 수급격차를 해소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ECB의 양적완화(QE) 조치가 향후 은행의 대출확대로 이어져 기업의 실물경제 활동을 촉진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