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 정부가 비장의 부동산 부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택 구매 시 일시불로 납입해야 하는 개인 부담금 비율을 낮추고, 부동산 양도세(영업세) 부과 기준 연수를 단축함으로써 장기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시장 후유증을 각오한 것으로, 경기 하강에 대한 당국의 심각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담보대출 비율 늘려 개인 부담 경감
중국 중앙은행과 주택도농건설부∙은행감독관리위원회∙재정부는 30일 각각 ‘개인 주택담보대출정책 문제에 관한 통지(통지)’를 발표했다.
먼저 중앙은행은 1주택 보유자의 추가 주택 구매를 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중앙은행은 통지에서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을 아직 상환하지 않은 세대가 거주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보통주택을 구매하고자 할 경우 시중은행을 통해 최대 60%까지 대출할 수 있다’며 ‘구체적 대출 비율과 대출 금리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 신청자의 신용상황 및 상환능력 등에 따라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주택 보유자가 추가로 구입할 때 일시불로 불입해야 하는 초기 개인 부담금 비율, 이른바 '서우푸비(首付比)'는 종전의 60%에서 40%로 낮아지게 되었다.
서우푸콴(首付款)은 서우푸비에 따라 구매자가 기존 주택 보유자에게 일시불로 지불해야 하는 일종의 ‘계약금’으로서, 서우푸비가 낮아졌다는 것은 주택 구매 시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즉, 기존에는 주택을 구매할 때 최대 40%까지만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 비율이 60%로 늘어나고 개인 부담금 비율은 40%로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베이징과 상하이∙광저우∙선전 대도시에서 두 번째 주택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30%에 불과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최대 60%까지 확대됨에 따라 주택 구매 초기 시 구매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광저우에 200만 위안 짜리 집을 살 경우, 기존에는 초기 개인 부담금으로 140만 위안을 불입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60만 위안 줄어든 80만 위안만 납입하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 통지에는 ‘주택공적금(住房公積金)’ 대출로 첫 번째 보통주택(서민형 주택)을 구매할 경우 개인 초기 부담금 비율을 20%로 줄이고,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한 세대가 2주택 구매를 위한 주택공적금 대출을 신청할 경우 초기 개인부담금 비율을 최대 30%까지 낮춰준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즉, 조건에 따라 주택공적금으로부터 최대 8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종전에는 최초 구입하는 주택 면적이 90㎡ 이하일 경우 최대 80%, 90㎡ 이상일 경우 최대 70%까지 주택공적금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으나, 바뀐 정책에서는 면적에 따른 대출 비율 차별을 없앴다.
주택 공적금이란, 직장인과 직장이 각각 비율에 따라 적립하는 자금으로 직장인의 자가주택 구매∙리모델링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사회보장제도다. 일반적으로 임금의 5-12%를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12개월 이상 적립 시에는 시중 은행금리 보다 낮은 이자율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 수 있다.
또 재정부는 부동산을 팔 때 납부해야 하는 양도거래세(영업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주택을 산 뒤 5년 이상 보유해야 영업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재정부가 발표한 통지에 따르면, 보유기간이 2년 미만일 주택 양도할 경우 거래액 전액에 대해 영업세가 부과되고, 보유기간이 2년 이상인 고급주택을 양도할 경우에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또 보유기간이 2년 이상인 보통주택을 양도할 경우에는 영업세가 면제된다. 바뀐 조치는 31일부터 바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면적 80㎡로 보유 기간 5년 미만의 200만 위안 짜리 주택을 양도할 때 종전에는 11만 위안(200만*영업세율 5.5%)을 납부해야 했으나 31일부터는 영업세가 면제 된다.
◆ 부동산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 기대
중앙은행 등 중국 당국의 부동산 규제 완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이달 중순 폐막한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리커창 총리가 “중국 도시화 속도가 아직 빨라지고 있고, 중국 부동산 시장 수요는 실수요에 의한 것. 주민의 거주목적 주택수요와 거주환경 개선 목적 수요를 장려함으로써 부동산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건강한 발전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을 근거로 중국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표된 부동산 부양조치가 부동산 거래량을 늘리고 침체기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상하이 이쥐(易居) 부동산연구원 연구원 옌웨진(嚴躍進)은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정책을 볼 때 시장 거래량 증가가 현재 부동산 시장 관리의 중요한 목표”라며 “2주택 구매 초기 개인 부담금 비율 하향 조정은 틀림 없이 부동산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옌웨진은 “과거 부동산 구매 제한정책 하에서는 거주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수요와 공급 모두에서 자금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새로운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주거환경 개선 수요가 적극적으로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부동산 재고 해소에 거대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민생(民生)은행 수석 연구원 원빈(溫彬)은 “도시화의 빠른 발전과 주민소득수준 제고에 힘입어 주택에 대한 실수요 및 추가수요가 아직도 거대하다”며 “이번에 나온 2주택 담보대출비율 제고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단행된 금리 인하가 주민의 주택구매 능력은 향상시키고 대출상환부담은 경감시켜 민생 개선과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발전에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해법에만 그칠 뿐 장기적으로는 추가 부양책이 동반 되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시장 평론가 리롄위안(李連源)은 "올해 등장한 부동산 정책의 목표 중 하나는 재고 소화로, 이번 부동산 정책 수정이 수요는 있지만 구매능력은 약한 구매자의 빠른 시장 진입을 유도하여 재고를 소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그러나 잇따라 나온 부동산 부양 정책이 부동산 시장이 위험에 처했음을 나타내는 신호로도 풀이될 수도 있는 만큼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 역시 부동산 부양 조치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첫 주택 구매 담보대출비율 제고와 같은 조치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