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은 10조달러를 넘었다. 브릭스 3개국 GDP총액의 1.5배이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3국 경제를 합친 것 보다도 많다. 지난 2003년 세계 유력기관 보고서들은 중국이 2015년쯤 겨우 일본경제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비웃 듯 중국은 2014년 일본 경제를 두배 규모로 추월했다. 요우커(遊客 중국인관광객)공세와 함께 위안화와 중국어가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중국자본이 위용을 떨치면서 국제금융과 산업표준까지 주도할 태세다. 글로벌 경제사회에 차이나스탠더드가 보편화하는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가공할 팽창세의 중국 경제가 이제 내수시장 확대에 눈을 돌리고 나서면서 중국 시장이 다시 세계 경제의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의 이런 노력은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추진, 성장구조전환에 힘입어 탄력을 받고 있고, 특히 우리에게는 한중 FTA가 본격 작동하는 시기와 맞물려 신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뉴스핌은 오는 4월15일 ‘ D시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서’라는 주제의 포럼에서도 중국 내수시장 전략을 중요한 세션으로 다룬다. 포럼에 앞서 중국 시장의 환경변화와 우리의 대응 전략 등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이 10년, 길게 30년앞을 내다보고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총력을 쏟고 나섬에 따라 대륙의 내수시장이 글로벌 주요 국가들간에 기회의 땅으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신창타이(新常態 뉴노멀)하에서 추진되는 일대일로가 중국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신형도시화 프로젝트와 함께 중서부 내륙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중국 국내외 기업들에게 숱한 성공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 경제의 최대 고민중 하나는 성장에 걸맞게 내수시장이 기대만큼 뒤를 받쳐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낮은 국민소득 등의 구조적인 문제로 주민소비에 의한 내수 시장 확대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중국의 1인당 GDP는 2014년 기준 7500달러에 머물렀다. 미국의 5만 3000달러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물가수준을 감안한 PPP 기준 1인당 GDP로도 미국의 25%정도에 그친다. 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정부가 말하는 신창타이는 '나는 이전의 중국이 아니다'는 외침이다. 이는 곧 중국시장의 성공 요소로서 기존 중국지식과 중국전략이 상당부분 쓸모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진출 기업들에게 '신창타이 중국전략'을 준비하라고 충고한다.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 경사스러움을 알리는 붉은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사진=뉴스핌] |
하지만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 단계로 접어들면서 양상이 바뀌고 있다. 신창타이 시대 중국은 저비용 고효율 성장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에너지 과다소비와 환경 오염이 기반이 되는 전통 제조업 수출이 점차 줄고 있다. 대신 소비와 건전한 내수진작형 투자가 경제 성장의 주력군으로 나서고 실제 신창타이 원년격인 2014년 수출 증가율은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4.9%로 뚝 떨어졌다. 수출둔화에 대한 우려가 큰게 현실이지만 내수나 투자위주로의 성장 구조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이 역시 뉴노멀 진행의 한 과정으로 보여진다.
전문가들은 중국경제의 성장 기적이 일대일로와 신창타이 내수발전 정책에 의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박한진 KOTRA 중국사업단장은 “신창타이 진입과 함께 시작되는 일대일로는 중국에 역사적인 투자 붐을 일으킬 전망이며 이는 곧 놀랄만한 내수 진작효과를 가져다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2013년 이후 중국의 전 사회 고정자산투자 증가속도는 이전의 20%이상에서 15%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내수 투자에 강한 탄성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 민생증권 전문가는 "신창타이하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중국 경제운영의 로직을 바꿀 것이며 중국 투자분야에 역사적인 제 4차 투자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1차 투자붐은 1993년 세제 개혁등에 따른 것으로 고정자산 투자증가속도가 62%에 달했다. 2차투자 붐은 WTO가입 시기로 3년연속 투자가 25%이상 늘어났다. 제 3차 투자러시는 2008년 4조위안의 내수 부양 정책으로, 이로인해 2009년 투자는 30%나 증가했다.
과거 경기부양 때 상당수 자금이 과잉을 초래하고 부동산 투기 등 비생산적인 분야로 흘러들었던 것과 달리 신창타이 시대 펼쳐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철도 항만 통신 전력 및 IT 신흥 전략산업분야에 자금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양평섭 KIEF 베이징연구소장은 “중국은 거품성장을 피하고 과잉을 해소하는 쪽으로 산업정책과 경제운영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며 이런 정책의 변화에 맞춰 중국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고 충고했다. 신창타이시대 경제운영의 새로운 로직에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양 소장은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한국기업이든 일본기업이든 베트남으로 옮겨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대일로가 이제 막 출항의 뱃고동을 울린 상태지만 중국 내수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많은 투자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중국 각 지방에 걸쳐 건설 예정이거나 현재 건설중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모두 1조 400억위안에 달한다. 통상 인프라 건설 주기가 2~4년임을 감안할 때 2015년 중국 국내의 일대일로 투자자금은 약 3000억~4000억위안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총생산(GDP) 증가효과도 0.25%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교통인프라가 개선되고 중서부 내륙의 신형 도시화와 함께 ‘3개의 1억명 프로젝트’가 가속화하면서 내수시장에 활력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3개 1억 명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 농민공 1억에 도시호적을 제공하고 △ 도시인 1억명 판자촌을 개량하며 △중서부 내륙 1억 인구를 도시인으로 편입하는 내용을 위주로 하고 있다.
중국 성장에서 차지하는 소비의 비중은 아직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2014년 중국 내수소비가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2%에 달했다. 이 비율이 70%인 미국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중국은 이를 조기에 5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베이징대 린이푸 교수는 오는 2020년이면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26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중국 소비의 성장비중은 60%로 늘고 뉴노멀 경제의 목표 중 하나인 성장의 대외의존도도 낮아지게 된다.
중국 국내부문 소비는 특히 양적 팽창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인위적 부양과 공금남용의 3공소비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 주머니를 여는 자생적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중국소비의 질적 개선은 문화 레저 외식 인터넷 관련소비 분야에 걸쳐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2014년 중국 박스오피스 규모는 300억위안으로 블어났다. 전자상거래와 신흥산업 관련 소비가 늘면서 인터넷 소비증가율은 49.7%에 달했다. 양평섭 소장은 중국 내수시장에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며 환경 변화를 직시하면서 한중관계의 ‘지경학(地經學)’적 특수성까지 잘 살펴야 중국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