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비전통적인 부양책을 시행한 데 따라 국채시장의 이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을 포함한 주요국의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유통시장에서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단기물 국채의 발행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스페인을 포함한 주변국까지 확산, 이른바 ‘뉴-노멀’로 정착되는 양상이다.
유로화 동전[출처=AP/뉴시스] |
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가 2025년과 2049년 만기의 국채를 총 3억7790만프랑 규모로 발행한 가운데 10년물 국채를 마이너스 0.055%의 수익률에 매각했다.
이번 발행 금리는 불과 2개월 전 매각한 10년물 수익률 0.011%에서 가파르게 떨어진 수치다.
일부 유럽 국가가 유로존 안팎에서 5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수익률에 발행한 사례가 있지만 10년물 국채를 0%를 밑도는 금리에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은 국채를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일정 기간마다 쿠폰 금리를 받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해당 채권을 사들이는 순간 마이너스 수익률만큼 손실이 확정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이들 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채권 가격이 마이너스 수익률에 따른 손실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상승해 자본차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렸기 때문이다.
ECB가 월 6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QE)를 2016년 9월까지 지속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자산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계산이다.
롬바드 오디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의 살만 아흐메드 채권 전략가는 “ECB의 부양책에 따라 장기물 국채의 마이너스 수익률 발행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클 스퀘어드 올터너티브 인베스트먼트의 제프리 시카 최고투자책임자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와 ECB의 유동성 공급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 매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마이너스 수익률의 국채가 성공적으로 발행되는 것은 최근 경제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사이에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멕시코는 100년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을 약 4.5%의 수익률에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클레이스의 마르코 오비에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국채시장에 마이너스 수익률이 속출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멕시코의 100년물 국채가 상당한 투자 매력을 지닌 셈”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