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 상승이 단순한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결과라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1년 사이 20% 이상 폭등한 달러화가 조정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과 달리 추세적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달러화의 장기 상승이 글로벌 경제에 부의 새 질서를 짜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자재 하락을 포함해 달러화 강세가 자산 가격의 향방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는 애기다.
◆ 달러 상승, 구조적 추세
13일(현지시각)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해외 국가와 기업의 달러화 빚이 9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 중 상당 규모가 앞으로 수년 이내에 만기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 및 유로화[출처=블룸버그통신] |
여기에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의 달러화 수요 역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해외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73%에서 2011년 60%로 하락,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최근 63%로 늘어났다.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적 수급 요인 이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움직임과 미국 경제 지표의 상대적인 호조, 여기에 달러화에 대한 숏커버링까지 이른바 ‘그린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상당수에 이른다”며 “최근 달러화의 조정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앞으로 3개월 사이 9% 뛸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달러가 패러티에 이르는 것은 물론이고 96센트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6개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5월6일 이후 무려 25% 오르는 기염을 통했다.
ING 그룹의 크리스 터너 외환 전략 헤드 역시 올해 중반까지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패러티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의 달러화 비중을 다시 늘리고 있다”며 “유로존 국채 수익률이 속속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지면서 이 같은 추세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강달러에 글로벌 富의 질서 새판
달러화의 추세적인 강세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부의 질서를 재편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는 예상하고 있다.
이미 브라질을 포함한 일부 이머징마켓이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뚜렷한 하강 기류를 맞는 등 강달러가 부의 승패를 가르는 새로운 축으로 등장했다는 얘기다.
도이체방크 증권의 피터 후퍼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가 추세적으로 오르면서 글로벌 주요국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고 있다”며 “원자재 수출국이 직격탄을 맞은 반면 인도를 포함한 원자재 수입국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독일과 핀란드,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가 달러화 강세에 따라 특히 커다란 이점을 얻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은 올해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 제시했던 1.1%에서 1.5%로 최근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유로존 경제는 0.9% 성장했다.
일본 경제와 관련, 도이체방크는 무역가중치를 기준으로 엔화가 10% 떨어질 때 향후 2년간 성장률이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별 기업별로도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에어버스를 포함한 항공 업체와 로레알을 포함한 화장품 업체 등 유럽 기업들이 이미 쏠쏠한 수혜를 얻었다. 반면 몬산토와 티파니 등 미국 기업들은 강달러로 인한 수익성 타격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