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나 기자] 한국제약협회가 14일 리베이트 지급이 의심되는(?) 회사를 써내는 무기명 투표를 처음 실시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경쟁사를 고발하는 이 같은 투표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예정대로 강행됐다.
제약협회는 이날 12시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제2차 이사회에서 50개 이사사 중 48곳 회사의 CEO들(대리인 참석 포함)이 참여해 리베이트가 의심되는 회사를 명기하는 무기명투표를 1시간여에 걸쳐 실시했다.
이번 무기명투표는 ‘불공정거래 사전관리를 위한 설문조사’라는 명칭으로 사전에 투표 양식을 이사사들에게 미리 배포했다. 투표지에는 리베이트를 지급했다고 추정되는 제약사를 1~3곳을 명기할 것을 요구했으며 ‘보안’을 위해 선거 날 투표하듯이 기표소를 설치해 놓고 투표지는 투표함에 넣도록 했다.
제약협회는 이경호 제약협회 회장만이 투표결과에 대해 접근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개표부터 파지까지 전 과정을 이 회장이 단독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 회장은 리베이트가 지목된 제약사 대표를 직접 만나거나 통보하는 방법 등으로 주의를 주며 윤리경영 실천을 당부할 예정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의 배경은 협회가 고발이나 단죄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수동적으로 리베이트 근절에 대응할 게 아니라 CEO들이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정노력을 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협회는 분기마다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 같은 무기명 설문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부터 리베이트가 두 번 이상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을 보험급여 품목에서 삭제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되면서 특히 중대형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정경쟁규약 프로그램(CP)에 맞춰 영업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군소제약사들은 이런 시기를 기회로 리베이트 관행을 지속하며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면서 리베이트 회사를 지목하는 투표까지 실시된 것이다.
하지만 제약사들 사이에선 “경쟁사를 흡집내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한편 투표진행에 앞서 조순태 제약협회 이사장은 "많은 제약사들이 윤리경영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도 온전히 리베이트 사라졌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 "이번 설문조사는 제약기업 스스로 윤리경영 확립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