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 성장률이 7%대로 뚝 떨어지면서 향후 위안화 환율 추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및 디플레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위안화 절하에 의지해서는 경제구조 전환 목표를 실현할 수 없으며 오히려 대규모 자본 유출을 조장해 유동성이 더욱 긴장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가운데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구조 개선을 위해서 위안화 가치 절하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다만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이는 앞으로 위안화 환율의 시장화가 촉진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2015년 1월-현재 달러당 위안화 환율 변화 추이 |
◆ 위안화 가치 전망 엇갈려
지난해 말부터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상승(가치 하락)하면서 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장기간 약세를 띌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위안화는 올 3월 이후 꾸준한 강세를 보이며 불과 1달 만에 연초의 하락분을 거의 회복했다.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달러당 위안화 가격은 연초 6.1190위안에서 3월 12일 0.0427 위안 비싸진 6.1617 위안까지 올랐으나 이후 다시 환율이 하락(가치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4월 7일 기준 6.1305 위안을 기록했다.
유로존이 대규모 양적완화(QE)를 시행하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띠고 러시아 루블 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향후의 위안화 환율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특히 이달 들어 홍콩 증시가 활황세를 연출하고 3월 경제지표에서 경기 하향 압력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띠었으나, 최근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통화 편입 가능성 등이 점쳐지면서 위안화 환율은 다시 상승세로 전환, 시장의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상해증권보(上海證券報) 보도에 따르면, 한 외화 트레이더는 “최근 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위안화 절하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상황을 볼 때 외화 매수∙매도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 향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트레이더는 그러면서 “중국 경제 펀더멘털과 자본 유동∙위안화 국제화∙위안화 SDR 편입 등을 고려할 때 연내 위안화 가치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최근 홍콩 H주와 외국인 전용 시장인 B주가 폭등하면서 투자자의 위안화 매수 및 외화 매입 수요를 증폭시켰다”며 “특히 이주 들어 H주가 활황장을 연출함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홍콩달러로 바꾸면서 위안화 환율 상승 압박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중국외화투자연구원 탄야링(譚雅玲)은 “하반기 위안화 가치가 소폭 절상될 수 있겠지만 한 해 전체를 본다면 가치 절하가 대세가 될 것”이라며 “작년과 비교할 때 변동폭이 다소 커지고, 장기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도 더욱 늘어나면서 향후 추세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현재 위안화와 달러간 환율 연계성이 특별히 높지 않고, 주로 중국 국내 경제 펀더멘털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위안화 환율이 독립적인 방향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 의지 반영, 환율 변동 폭 커질 듯
향후 위안화 환율의 등락 여부를 둘러싼 전망은 다소 엇갈리고 있으나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 및 환율형성 메커니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위안화 환율 변동 폭이 커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최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줄곧 위안화 환율 형성 메커니즘 개혁을 추진해오고 있고 위안화의 양방향 변동 구간을 확대하려고 한다”며 “시장 수급관계를 기초로 정부 관리가 더해진 환율 제도를 완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앞서 위안화가 소폭 절하되었으나 이는 중국이 만든 것이 아니라 미 달러 강세로 인한 것”이라며 “위안화가 계속해서 절하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위안화 절하에 의지해 수출 및 내수를 확대한다면 중국 경제구조를 전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 총리는 또 "중국은 각국이 경재억으로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상황을 보고싶지 않다"며 "'화폐전쟁'이 발발해 위안화 절하를 강요하면 이는 세계 금융체계에 좋지 않은 결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국가외화관리국이 발표한 ‘2014 중국 국제수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제수지 흑자규모는 전년 대비 48% 줄어든 2579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중 경상항목 흑자규모는 2197억 달러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고, 자본 및 금융항목 흑자액은 382억 달러로 전년 대비 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제수지가 흑자를 기록했으나 2013년 대비로는 그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위안화 절하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은 20년간 이어진 위안화 상승주기가 곧 막을 내리고 양방향 변동폭이 다소 커질 수는 있겠으나 위안화 가치의 급락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광발펀드(廣發基金) 매니저 추웨이(邱煒)는 “경기 하향 압력이 큰 상황에서 위안화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면 안정적 성장이라는 요구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위안화가 소폭 절하되기를 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절하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위안화 환율이 향후 상당 기간 동안 큰 폭으로 움직이고 단방향의 평가절하나 평가절상은 없을 것”이라며 “즉, 달러 대비로는 다소 약세를 보이겠지만 기타 통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당 위안화 가격에 대해서는 연내 6.2-6.35 위안 수준이 될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도이체방크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장즈웨이(張智威)는 “올해 위안화 가치가 3.5% 절하되어 연말에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6.2 위안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 중국 이코노미스트 궈하오좡(郭浩莊)은 “글로벌 유가와 벌크상품 가격 하락과 올해 대외 무역 흑자에 대한 낙관이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을 노린 자본 유출 리스크를 상쇄시켜줄 것”이라며 “이와 함께 위안화의 SDR 편입,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고려할 때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6.35 위안으로 유지되면서 양방향 변동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