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엔/원 환율이 800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엔화보다 원화 절상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일본과의 수출경쟁에서 한국의 입지가 더욱 불리해지는 분위기다.
22일 오후 3시 외환은행 고시 기준 엔/원 환율은 100엔당 902.98원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며 2008년 2월 29일(895.57원) 이후 7년1개월만에 최저치다.
엔/원 환율 추이 <자료=한국은행 ECOS> |
시장참여자들은 엔/원 환율이 8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1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하고 있다는 수급적인 부담이 있다. 이날만 외국인은 7170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시현했다.
또한 통상 엔/원 환율이 하락할 때 당국 개입 경계감이 강하게 형성됐지만, 최근 들어 그 연결고리가 많이 약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속도조절 차원의 개입은 있더라도 엔/원 환율 하락 추세를 뒤바꿀 정도로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A은행 외환딜러는 "달러/원 환율은 아래 쪽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반면 달러/엔 환율은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등 통화정책 당국자들의 발언으로 지지되면서 보통 함께 움직이던 엔화와 원화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며 "4월 중순부터 달러화가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엔/원 환율이 전저점인 905원을 돌파하자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밤을 기점으로 900원선이 강하게 지지받지 못한다면, 쉽지 않겠지만 엔/원 환율은 900원 아래쪽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그리스 우려 등으로 변동성은 있겠지만 추세는 하락"이라며 "엔/원 환율이 900원을 한 번 깨는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장중 당국 개입 물량이 나오는 듯하다가도 밀리는 분위기"라며 "환율이 밀리는 만큼 못올라가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 외환당국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내용이 나와 이에 따른 부담도 일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원화가 크게 지지받지 못하는 가운데 엔저는 일본 당국이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해 결국 엔/원 환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 정도 레벨에서는 과거에 당국이 개입을 했지만, 지금은 딱히 개입 물량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정부 분위기가 여러 문제로 복잡하기도 해 적극적인 개입은 힘들지 않을까 보고 있으며, 미국 환율 보고서도 일부 영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리스 우려가 달러화 가치를 부추기면 엔/원 환율이 반등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그리스 우려는 구제금융 만기가 돌아오면서 꾸준히 안전자산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날 일본 3월 무역수지가 엔저에 힘입어 2년9개월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C은행 외환딜러는 "그리스 우려가 6월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오면 다시 올라갈 요인은 있다"며 "당국이 일본과의 수출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하락 추세를 돌리긴 어려워도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은 제어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한국은행 관계자는 "수급적으로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지속된 영향이 있고 일부 심리적인 요인도 있었을 것"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