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현금이 위기를 맞았다. 미국의 제로금리가 2008년 12월 이후 지속되는 한편 유로존 국채의 절반 이상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은행권이 현금을 거부하는 움직임이다.
2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 중 하나인 JP모간은 최근 대규모 예금을 보유한 일부 고객들에게 해당 자금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달러화[출처=블룸버그통신] |
이 때문에 일부 고객들은 이미 예금액을 다른 금융권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JP모간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1000억달러의 예금액을 덜어낸다는 계획이다.
사상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금융권에 과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로 시장금리가 급락, 일부 남부 유로존 국가의 은행이 일부 모기지 대출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일이 벌어진 데 이어 비전통적인 움직임이 연이어 돌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유럽 은행간 단기 대출 금리인 유리보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달러 이자의 경우 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JP모간의 이번 결정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사실상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은행권의 예금 기피 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액 예금자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감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유로존의 일부 중앙은행은 최근 조사에서 예금자들이 현금 자산 이전에 따르는 비용 및 편의성을 고려해 일정 수준의 마이너스 금리를 받아들일 움직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한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찾아 해외로 현금 자산을 옮기는 방법도 예금자들의 대응책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상 초저금리에 따른 촌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시중은행에는 고객들의 고액 현금 자산을 예금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금고를 대여하는 편이 은행의 비용 관리 측면에서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선진국 중앙은행이 예금자들이 설 곳을 잃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