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브라질을 방문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또 미국과 일본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게 어렵게 됐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웠던 '메가 FTA' 가입이라는 신(新)통상전략이 삐걱거리고 있는 셈이다.
◆ "브라질, FTA 소극적…공동협의체부터 운영"
정부는 이번 박 대통령의 남미 순방을 계기로 메르코수르와의 FTA 추진을 타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메르코수르는 지난 1991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국이 무역장벽을 전면 철폐하기로 결정하면서 결성됐다. 이후 베네수엘라가 신규 가입해 국내총생산(GDP) 합계 3조3000억달러의 시장이 됐다. 이는 중남미 전체의 60%에 달한다. 현재 브라질이 의장국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그림 참조).
메르코수르는 우리 기업들이 걸프협력회의(GCC;중동 6개국)와 함께 향후 FTA 추진대상 1순위로 꼽고 있는 곳이다.
신승관 무역협회 무역동향실장은 "우리나라의 수출비중은 6.3% 수준으로 중동과 비슷한 규모지만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은 매력적인 지역"이라면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했더라도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의 남미 순방에서 양국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FTA 추진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거리감을 실감케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브라질이 FTA를 추진하는 소극적이어서 진전이 없었다"면서 "일단 통상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상대적으로 협상의지가 있는 에콰도르 및 중미 국가들과의 FTA 추진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은 "메르코수르 국가들이 시장개방을 통한 자유무역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FTA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 우리 정부와 기업이 현지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 TPP 가입 美·日 주도권 행사…가입시기 놓고 저울질만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TPP도 '메가 FTA' 전략의 핵심과제 중의 하나지만, 창립회원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가입시기가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는 일단 협정문이 나오면 구체적인 협정내용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우태희 통상차관보는 "협상이 타결되면 서명 60일 전에 협정문이 공개되는데, 협정문을 바탕으로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앞서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TPP가 거의 막바지 단계로 1라운드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만, 1라운드가 타결되면 바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TPP 창립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실상 2차 가입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미국을 설득해서 창립회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역협회는 최근 전략보고서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TPP의 생산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TPP 참여를 조속히 결정하고 참여 시기 및 방법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과 달리 중국이 주도하는 아사이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회원으로 가입함에 따라 TPP 주도국들과 관계를 강화해야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8일 한 강연회에서 "TPP 협상에 한국이 참여하면 TPP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한국이 TPP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미국도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어떻게 가입할 수 있을지는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