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나 기자] 담뱃갑에 경고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같은 날 본회의를 통과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하면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FC)비준 한 지 10여년 만에 경고그림 이행의무를 시행하게 된다.
개정안은 담배 제조사가 담뱃갑의 앞면과 뒷면의 절반 이상을 경고그림과 문구로 채우도록 했다. 경고그림 크기는 담뱃갑 앞ㆍ뒷면의 각각 30%를 넘어야 한다.
관건은 이 법안이 흡연욕구를 떨어뜨린다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다. 지난 1일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아니하여야 한다’라는 단서조항을 추가하고 통과시켜 법안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고그림 도입 목적은 시각적으로 흡연이 인체에 미치는 폐해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미 세계 77개국들이 경고그림을 시행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담배갑 경고그림 <사진제공=뉴시스> |
◆ 후퇴한 법안, 법사위서 원안으로 수정될까
법사위 소위에서 통과된 경고그림 법안이 당초 취지에서 후퇴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의 체계, 형식, 자구를 심사해야 할 법사위가 ‘지나친’이란 애매모호한 단서를 달아 법 취지를 훼손했다”며 “경고그림은 이미 77개국이 매우 혐오스럽고 자극적인 사진을 담아 시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에 따라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해 원안대로 수정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법사위는 소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통과시키는 기능을 하지만 만약 해당 소위 결과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정안을 만들어 의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위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법에서는 ‘혐오스럽지 않게’, ‘지나치지 않게’라는 문구를 쓰기도 하지만 이번 증진법 같은 경우는 취지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시해서는 안 되는데 단서조항이 추가됐다”고 아쉬워했다.
강 모씨(31살)는 “정부가 (담뱃값 올려)세금을 거둘 때는 좋고, 혐오사진은 금연으로 인한 세금감소를 걱정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금연을 확대할 수 있는 비가격 정책이다. WHO는 담배 가격 인상 다음으로 효과적이라고 공인했다. 현재 캐나다ㆍ호주ㆍ프랑스 등 세계 77개국이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2001년 세계 최초로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에서는 2000년 24%였던 흡연율이 제도가 도입된 지 5년 만인 2006년 18%까지 떨어졌다.
◆ 편의점 담배광고 “화려하게” 유혹
국회가 담배갑 경고그림 법안을 놓고 갈팡질팡 하는 사이 편의점 등 소매점담배광고는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편의점 계산대 근처에는 컬러플하면서 세련된 LED 담배판촉물이 경쟁적으로 청소년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유혹하고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2013년 서울시내 중·고교 주변 200m 이내에 있는 편의점 151곳을 조사한 결과 편의점 한 곳에 설치된 LED 광고판 등 담배 광고는 평균 6.3개였다.
심지어 편의점 내 판촉물은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도 사로잡고 있다. 유리창 너머로 편의점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보이는 담배 판촉물은 불법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담배소매인이 담배 광고물을 전시ㆍ부착하는 경우 영업소 외부에 광고내용이 보여서는 안 된다. 이에 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전국 편의점에서 담배광고 관련 위법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늘 법사위에서 경고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심의한다”며 “원래 법안 취지를 살려 경고그림이 도입될 수 있도록 법통과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