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홈쇼핑업계가 결국 백수오 환불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최근 일주일간 수차례 만남을 갖고 입장을 논의했지만 결국은 각 사업자가 자체적인 소비자 보호 방안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독자적인 환불 정책을 선언했고, 그간 환불에 미온적이던 4개 업체들은 눈치보기를 계속하고 있다.
8일 현재 홈쇼핑업계는 주판 튕기기가 한창이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구매기간과 무관하게 백수오 제품이 남아있는 경우 무조건 환불하겠다고 밝힌 탓이다.
백수오제품이 법적으로 회수·폐기 명령을 받은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 환불대금은 고스란히 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GS홈쇼핑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이번 환불이 얼마나 손실을 줄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라며 “백수오 한병이 1개월 분이고 통상 6병을 팔았지만 먹지 않고 보관하던 사람도 많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장 고민이 커진 곳은 아직 환불 결정을 못한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등 4곳이다.
TV홈쇼핑협회는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정부 관계당국의 백수오 제품에 대한 이엽우피소 혼입 결과가 발효되면 환불 조치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판매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야 환불을 해주겠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이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최근 일주일간 홈쇼핑업계에서 진행된 환불 관련 회의에서 결국 합의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환불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한 곳은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었다. 반면 홈앤쇼핑 등은 환불정책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수오 제품 판매비중이 높은 곳은 환불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판매 비중이 낮은 곳은 환불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얻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이날 3시가 되도록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각사가 알아서 대응하는 방향으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백수오 제품 지난해 매출은 홈앤쇼핑이 약 3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롯데홈쇼핑이 2013년 2월부터 최근까지 43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이 외에 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은 연간 1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홈쇼핑업계가 이처럼 논란을 이어간 것은 백화점, 대형마트가 백수오 제품에 대한 전격적인 환불을 단행했다는 점 외에도 백수오가 널리 알려진 계기가 홈쇼핑의 히트상품 반열에 오르면서라는 점이 작용했다.
때문에 백수오 시중 제품 및 유통 제품이 아닌 원료 창고 내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음에도 홈쇼핑에 대한 환불 압박은 적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은 백화점·대형마트 수준의 환불을 권고했고 국회에서도 환불이 늦어질 경우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
결과적으로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잔량 백수오 제품에 대한 전격적인 환불을 단행하면서 남은 업체의 눈치보기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만약 대부분의 업체가 환불을 단행한 상황에서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자칫 소비자로부터 비난을 피할 수 없고 당장 환불을 단행하면 손실 규모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환불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각 홈쇼핑 업체들이 환불 규모와 방법을 두고 눈치게임을 벌이는 중”이라며 “같은 백수오 제품을 구매했더라도 어떤 채널로 구입했냐에 따라 환불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서 소비자 논란도 적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