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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정통 SUV의 불편함을 즐긴다"..지프 랭글러 루비콘

기사등록 : 2015-05-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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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사진제공=FCA 코리아>
[뉴스핌=송주오 기자]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홍수 속에 정통 SUV를 고집하는 모델이 있다. 바로 지프(Jeep)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이하 루비콘)이다.

루비콘을 처음 봤을 때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남성이 떠올랐다. 직각 위주의 외모는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특유의 원형 헤드 램프와 7슬롯 그릴은 SUV의 정통성을 추구하는 루비콘의 DNA를 표현했다.

루비콘을 타고 서울에서 충청도 안면도까지 왕복 약 350km 구간을 시승해봤다. 이날 루비콘을 함께 시승한 동승자들은 대체로 이같은 인상에 동의했다.

루비콘의 참맛은 오프로드에서 느낄 수 있다.<사진제공=FCA코리아>
루비콘의 첫 느낌은 바로 불편함이다. 높고 좁은 데쉬보드와 2열의 딱딱한 시트는 흡사 트럭을 모는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LCD는 촌스럽고 불편하다. 높은 SUV 차체 특성을 감안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타고 내릴 때 한번씩 세차를 하게 된다. 바지가 더러워지기 쉽다는 이야기다.

가속도 답답하다. 가속 패달을 제법 깊게 눌러야 원하는 속도가 나오기 때문에 장기간 고속도로 운전을 하면 제법 발목이 뻐지근하다. 연비도 9.22km/ℓ로 최근 출시되는 디젤 차종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루비콘을 ‘근육질의 남성’으로 치환하면 이같은 불편함은 하나의 개성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날렵한 주행 능력이나 스마트한 승차감 같은 것은 애초에 그에게 해당되는 특징이 아니다.

이 남자는 많이 먹고 무겁지만 힘 하나는 발군이다.

이 ‘근육질의 남성’의 강점이 여지없이 펼쳐지는 곳은 바로 오프로드다. 안면도 안의 오프로드를 지날 때면 적어도 차가 진흙에 빠져 해어나오지 못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4륜 특유의 거친 토크가 웬만한 돌덩이 정도는 가뿐히 뛰어넘는다. 공차 중량이 2.1톤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다.

루비콘은 2.8ℓ CRD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200마력, 최대 토크 46.9kg·m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험로 중에서도 오르막길은 루비콘의 강점을 느끼기에 가장 최적의 코스다.

루비콘의 실내 모습.<사진제공=FCA 코리아>
파트타임 4륜구동 기어를 조작하면 저속 4륜 구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정통 하드코어 4륜구동이다. 우렁찬 엔진음과 함께 오르막길을 질주하는 차체는 흡사 땅을 움켜잡고 앞으로 나가는 인상마저 준다. 애당초 오프로드 오르막길은 정장차림의 신사에게는 감히 주행조차 엄두 낼 수 없는 곳이다.

시승기간 동안 시도하지는 못했지만 루비콘은 0.5m 깊이의 강은 순정상태로도 도하가 가능하다. 차체에 물이 들어오는 것 따위는 걱정할 필요 없다. 차 바닥의 카페트를 들어내면 물빠짐이 가능하게 구멍이 나있다. 청바지는 애초에 더럽히며 입는 옷 아니던가.

이 근육질의 남성은 십수년간 자동차를 주행해온 베테랑 드라이버들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다. “지금까지 잘 깔린, 편안한 길만 달려봤지?” 실제 오프로드를 달리면서 주는 쾌감은 상당하다. 이 바위같은 돌과 진흙이 깔린 이곳을 지나갈 수 있을까하는 불안과, 차체가 뒤틀리는 것 같은 중력의 이동 속에서 몸이 좌우로 휘청거리지만 기어코 목적지에 도달하고 만다.

지금까지 우리의 주행이 남들이 달리라고 깔아준 곳에서만 이뤄졌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우리가 달렸던 길은 대지의 아주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 근육질 남성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길로 만든다. 손에는 땀이 흥건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고양감이 심장을 울린다.

물론 이 고양감은 진흙투성이가 된 루비콘에서 하차하며 바지를 더럽혔을 때까지만 유지됐다. 어쨌든 이차는 불편하다. 그러나 그래서 매력적이다.

패밀리카, 출퇴근 차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루비콘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에게는 정장의 신사가 더 잘 어울릴 것이다. 근육질 남성이 적합한 사람은 단순한 도로 위의 주행, 그 너머를 보는 사람이 될 것 같다.

루비콘의 가격은 세금포함 5140만원. 국산 차보다는 비싸지만 수입 SUV 중에서는 다소 착한 가격이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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