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월가의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가 유럽은 절대 그리스를 포기하지 못한다며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지중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을 유럽이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투자전문지 '글룸붐앤드둠리포트'의 파버 편집장은 11일(현지시각) 미국 투자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렉시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는데 이 사안은 경제뿐만 아닌 정치적 이슈"라고 강조했다.
그리스는 지중해로 가는 관문이자 발칸반도 내에서 미국이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주요 기지이기도 하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점령한 러시아로서는 지중해로까지 뻗어나갈 완벽한 기회를 얻게 된다는 설명이다.
파버는 "그렉시트가 실현되면 러시아 함대가 흑해에서 지중해로 이동할 것"이라며 "이 경우 나토 회원국들은 그리스와 러시아의 결탁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블룸버그> |
터키스트림은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 가즈프롬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로, 러시아에서 터키를 거쳐 그리스 국경까지 가스관을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그리스는 최근 러시아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파버 편집장의 논리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시비타스(Civitas)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유럽 국가들이 우려할 만한 소지를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스탄불 카디르하스 대학교 드미트리 트리안타필로우 부교수도 "그리스와 러시아의 관계가 가까워질 경우 나토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유로존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그리스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