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삼성 공익재단 이사장에 오르며 경영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이날 오전 각각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임 이사장으로 이 부회장을 선임했다.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재단 이사장에 오른 것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이병철 선대 회장이 설립한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공익재단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982년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출범한 후 지난 1991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수요를 충족키 위해 1987년부터 보육사업을 시작했고 의료사업을 통한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1994년 삼성서울병원을 건립했다. 2001년에는 노후 보장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노블카운티를 세워 운영중이다.
삼성문화재단은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나눔의 철학을 바탕으로 1965년 설립됐다. 1982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내 전체면적 3만㎥ 규모의 호암미술관을 개관하고 미술, 문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의 경영 철학이 녹아 있는 공익재단의 수장을 이 부회장이 이어받은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경영 승계의 신호탄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삼성의 '과도기 경영'이 장기화됨에 따라 그룹 전체가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김기찬 카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전자기업들이 몰락한 이유 중의 하나가 의사결정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오너가 운영하지 않는 가전업체 가운데 중요한 회사로 성장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이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 리더라는 인식을 안팎에 공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석했다.
두 재단은 지분 구조 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을 각각 4.68%, 2.18% 갖고 있다. 삼성생명의 4·5대 주주에 해당한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전체의 맏형 격인 삼성전자 지분을 7.21%를 갖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이재용 신임 이사장이 재단의 설립 취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삼성그룹의 경영철학과 사회공헌 의지를 계승,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공익 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됐지만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공익재단에 증여하는 방식의 우회 상속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는 "재단을 통한 우회상속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