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5월22일 오전 11시38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김연순 기자]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사측의 요구로 비행중 '신용카드 조회' 작업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종사들의 신용카드 조회작업은 승객들의 안전과도 직결돼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조종사들의 신용카드 조회 작업은 대한항공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 매출로 잡히는 기내 면세품 구매와 연결돼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조종사들의 '신용카드 조회' 작업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A380 항공기. <사진제공 = 대한항공> |
22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5월부터 기내 면세품 카드 구매시 항공기 조종실 내 통신시스템을 통해 부정카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승객들이 기내에서 면세품을 구매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정카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승객이 500달러 이상 면세품을 카드결제할 경우 잠재적 신용카드 지불사고에 대비해 신용카드 조회대상으로 분류된다. 조종사들은 고객의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통신을 통해 지상 회사로 보내고 회사에서 해당 내용에 대한 확인과 회신을 받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상과의 통신이 가능한 곳이 조종실이기 때문에 조종사들이 신용카드 조회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대한항공의 한 기장은 "기내에서 카드로 받다보니 중국 등 몇 건에 대해선 불량카드로 사용한 사례가 종종 생긴다"면서 "회사측의 요청으로 수개월 전부터 항공기 내에서 조종사들이 (카드조회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종사들의 비행중 카드조회 작업이 승객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측에서 조종사들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만 (카드조회를) 진행해달라는 입장이지만 조종사들은 적지 않은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조종사는 노동조합 게시판을 통해 "신용카드 조회는 바쁘지 않은 구간에서는 그냥 해줄 수도 있지만 짧은 중국 비행중에 1만 피트 이하에서 몇 번 콜 오고 랜딩하자마자 활주로 개방하는 중에 콜하는 경우에는 항공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의 또 다른 조종사는 "승객이 면세품 구매한 것에 대해 신용카드 번호 조회하느라 비행에는 집중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조종사는 지금 비행 대신 신용카드 조회 중"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회사측에서 최근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조회를 해주고 바쁘거나 비행에 방해가 될 수 있으면 진행을 하지 말라는 공지까지 나오고 있다"면서도 "조종사들이 안전 얘기를 하고, 노조에서도 기본적으로 조종사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회사에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장의 판단 하에 비행안전운항 시점에서 여력이 있을 때 확인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운항에 저해가 될 만한 것은 없다"면서 "기장 판단으로 넘겼기 때문에 운항에 집중을 해야하는 시점에서는 확인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조종사들은 승객 안전 문제 뿐 아니라 신용조회 작업이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이 아닌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의 실적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른바 지난해 불거진 싸이버스카이의 승무원 노동력 착취 논란이 조종사까지 확대된 셈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실적이 자회사인 싸이버스카이로 넘어가는 것을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해줘야 하는 것이냐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여객기 내 비치되는 잡지 광고와 기내 면세품 통신판매 등을 서비스하는 비상장 계열사다. 이 회사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조양호 회장의 자녀 3남매가 33.3%씩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현재는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