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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 <끝> 전자·생명 '양날 지배' 강화…과제는

기사등록 : 2015-06-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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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문제 등 매듭..추가적인 합병, 매각 불가피

[뉴스핌=이강혁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그동안 진행돼온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하이라이트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삼성생명을 거치지 않고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크게 강화되고, 동시에 그룹의 지배구조는 단순화되면서 선택과 집중의 경영효율화도 제대로 작동되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재용 시대'가 거의 완성됐다는 평가는 내놓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의 지배구조는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되, 합병법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양날개를 거느리는 구조로 변했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기존 삼성 지배구조에서 삼성물산(합병법인)→삼성생명→삼성화재·증권·카드와 삼성물산(합병법인)→삼성전자→삼성SDI·전기·중공업 구조가 된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최대주주(23.2%)로, 이번 합병비율(1:0.35)에 따라 합병법인인 삼성물산의 지분 16.5%를 가지게 된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한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강화되는 그림이다.


이 부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자가 직접 보유 중인 삼서전자 지분 4.0%를 더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확보는 8% 수준으로 껑충 뛴다. 더불어 현재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지분 19.4%를 갖고 있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를 보유하는 만큼 삼성생명의 지배력도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지배구조 방정식의 완성이라고 보기는 과제가 남는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얽혀있는 삼성SDS 처리 문제를 포함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배 고리도 이 회장 생전에 푸는 것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시선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SDS 보유지분을 팔아 상속세를 부담하기보다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시나리오처럼 또다시 합치고 쪼개는 방식을 통해 지배력을 자연스럽게 늘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11.25%이고, 기존 삼성물산도 17.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합병하면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또한번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경우, 이미 뻔한 승계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투자자와 여론의 부정적 시선이 쏠리 수 있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과 관련해 검토한 바 없다"고 전했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배 고리 해법찾기도 만만찮은 과제다. 이번 합병으로 일단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금산법(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등 규제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향후 법제도의 변화 리스크는 존재한다.

통합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양날개를 각각 지배하면서 지주회사 체제의 수직화 모양새를 갖췄지만 진정한 수직계열화로 가려면 7.2%의 연결고리는 언제든 해소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삼성은 그동안 이런 맥락에서 삼성생명을 중심에 두고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왔다. 금융지주사 이슈가 부상할 정도로 잔가치 치기에 바쁜 걸음을 옮겼다.

단적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을 잇따라 인수한 바 있고 삼성물산과 삼성전기가 보유하던 삼성카드 지분도 삼성생명으로 넘겼다. 또한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선물의 지분 전량을 매입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고리를 끊기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묶어논 7.2%의 지분처리에만 16조~18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상속 또는 증여 받을 경우 세금 문제가 상당한 골칫거리다. 삼성은 상속세 문제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이 정상적으로 납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이미 밝혔지만 비용 규모를 감안할 때 어려움이 예상된다.

삼성생명 지분을 포함해 이 회장의 재산은 대략 18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으로의 상속을 가정하면 세금만 8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합병 이전까지는 제일모직 보유지분 일부와 삼성SDS 지분 처분을 통해 상속제원 마련에 나설 것으로 봤으나, 쉽지 않은 문제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한 그림이었다면 삼성생명 등 금융분야에서도 임팩트 있는 합병, 매각 등의 이슈가 한 두차례 있어야 구조개편의 그림을 통해 비용부담을 줄 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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