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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 <3> 이부진·서현, 두 자매 발걸음 어디로

기사등록 : 2015-06-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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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과 같은 계열분리 가능성 적어..당분간 한 우산 체제

[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발표로 사실상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자녀들의 후계구도가 재계의 관심을 끈다. 현재까지의 개편작업은 철저하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에 맞춰져 있다는 평가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른바 '단일 승계'라는 수식어를 붙일 정도다.

그럼 이 부회장의 두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담당 사장의 향후 발걸음은 어떻게 될까.

그동안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업을 중심 축으로 삼성을 승계하고 이부진 사장은 호텔·면세점·상사·레저, 이서현 사장은 패션과 광고기획 등으로 향후 계열분리가 진행돼 분가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많았다.

이는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에서 이 회장으로 경영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삼성이 현재의 CJ그룹, 신세계그룹, 한솔그룹 등으로 분가한 전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나온 예측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작업 이전까지만 해도 이런 시나리오는 상당히 설득력이 높았다. 삼성의 순환출자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옛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에 이 부회장과 두 자매가 대량의 지분을 갖고 지배력을 유지해온데다, '리틀 이건희' 등의 별칭이 따라붙던 이부진 사장에 대해 이 부회장과의 경쟁구도를 그리는 시선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되면서부터는 이런 관측은 차츰 잦아들고 있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놓고봐도 그룹을 쪼개고 나눠 누구의 몫으로 분가하는 방식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이 회장이 취임하던 1987년 당시에는 선대의 계열분리가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위험이 있어서였다.

재계의 한 고위 인사는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 경영이 이루어지고 두 동생이 전자와 금융 이외의 사업분야에서 대주주 겸 경영인으로 삼남매가 협력하는 방향이 맞다"며 "계열분리는 단순히 오너일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십만의 삼성 임직원과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여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견해는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발표를 통해서도 설득력을 높인다. 합병법인으로 출범하는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지배구조 정점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동안 두 딸의 몫으로 거론되던 사업들이 대부분 통합 삼성물산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룹 지배구조도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증권·카드'와 '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전기·중공업'의 구조로 변화한다.

통합 삼성물산에 자매의 지분율은 각각 5.5%로 유지되지만 이 회장의 상속분(2.9%)을 합쳐 이 부회장의 지분이 19,4%에 달해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다. 자매가 사업과 지분을 버리고 독립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셈이다.

다만 자매의 계열분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통합 삼성물산 보유지분과 더불어 지난 14일 보호예수가 풀린 삼성SDS의 보유지분(각각 3.90%)는 언제든 자매의 실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공개적으로 삼남매의 상속 문제를 공식화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도 훗날의 변화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호텔신라 지분 8%도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어떤 방향이든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기존 관측처럼 대규모의 계열분리는 아니더라도 자매가 경영을 직접 관장하고 있는 호텔신라와 제일기획의 분리는 오너가의 마음먹기에 따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부회장으로 삼성의 경영승계가 명확해 졌다는 것은 자매의 동의가 있었다고 봐야한다는 점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호텔신라와 패션·광고 이외의 경영에 일체 손을 대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계열분리를 위해 당장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남매가 서로돕고 한지붕 한가족으로 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경영"이라며 "자매 입장에서도 계열분리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해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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