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와 채권국의 구제금융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져든 가운데 디폴트부터 병용통화 발행까지 투자가들 사이에 다양한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은행권 예금이 상당폭 빠져나간 한편 그리스 정부가 자본 통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었다.
그리스의 옛 화폐 드라크다[출처=신화/뉴시스] |
그리스가 유로존 잔존을 위해 극심한 긴축을 단행하거나 유로존을 탈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이 골드만 삭스의 판단이다.
그리스는 이달에만 16억유로의 채무금을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72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 협상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가 기술적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진단이다. 여기에 은행권 예금 동결을 실시해야만 채권국과의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총선을 통한 새정부 출범과 새로운 정치 조직 구성이 그리스에 요구될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내다봤다.
이와 함께 거론되는 시나리오가 이르바 병용통화(parallel currency)다. 유로화와 함께 또 다른 통화를 도입, 그리스가 유로존에 형식적으로 잔존하되 실질적으로는 탈퇴한 것이나 다름없는 회색지대를 조성한다는 얘기다.
연초 제기된 병용통화 방안에 대해 월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다이나믹 경제분석 협회(IDEA)의 앨런 하비 이코노미스트는 “병용통화는 실제 구매력과 정부의 권한이 부여된 진짜 화폐”라며 “쿠바의 불태환 페소화의 사례에서 보듯 그리스의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는 데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제이콥 펑크 키르커가르드 연구원은 “병용통화는 현실적이지도 이상적이지도 않은 아이디어”라며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병행통화에 대한 주장은 단순한 케인스 학파에서 도출된 아이디어일 뿐”이라며 “실제 경제가 아니라 머리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그리스 정부가 조만간 은행권 예금 동결을 포함한 자본 통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리스의 은행권 예금액이 지난 4월 말 기준 1393억유로로 2004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각 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지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월가의 투자가들은 ECB가 자금 지원 규제를 강화할 경우 그리스 정부가 자본 통제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자본 통제를 실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도이체방크는 그 가능성을 40%로 점치고 있다.
키프로스가 시행했던 것처럼 1일 예금 인출 한도를 설정하거나 해외 송금을 규제하는 형태로 은행권 예금의 추가 이탈을 방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