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윤종규(사진) KB국민은행장이 어제(3일) 오후 국민은행 노조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깜짝 방문'이라고 하기에는 사안이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윤 행장은 이날 노조 간부들 앞에서 진땀을 뺐다고 합니다. 바로 5년 만에 실시한 국민은행 희망퇴직과 관련한 잡음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윤 행장과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에 전격 합의하면서 몇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핵심은 신청에 의한 희망퇴직만 시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과거처럼 희망퇴직으로 위장한 강제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약속을 담보하기 위해 윤 행장은 강제퇴직을 유도하는 사전 명단작성, 희망퇴직 신청 기간의 부점장 직원면담 등을 금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희망퇴직 과정에서도 과거의 악습이 일부 되살아났습니다. 사전 명단작성은 없었지만, 희망퇴직 신청 기간의 직원면담 사례가 대여섯 건 노조에 접수됐습니다. 면담사례는 쉽게 말해 타깃 직원을 따로 불러 상급자가 "당신은 실적이 좋지 않으니 다른 선택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자리를 정리하라는 우회적 압박입니다. 노사가 금지했던 희망퇴직 종용입니다. 노사 간 약속에 흠이 간 것입니다.
노조는 약속이 깨지자, 윤 행장에게 명확한 설명과 함께 응당한 시정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전날이 바로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윤 행장이 예고도 없던 노조 방문을 했던 이유입니다. 윤 행장은 그렇게 노조를 찾아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노조 간부들을 만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대여섯 명의 '잘못된 면담사례'는 1121명이 자발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에 비해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뢰에 한 번 금이 가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난 불신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게 상대가 있는 게임의 법칙입니다. 특히 희망퇴직 사안은 한 집안 가장의 밥줄이 달린 문제로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불신이 금세 전염되고 확대 재생산된다는 얘기입니다. KB 노사는 앞으로 희망퇴직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에 몇 명을 내보냈다는 결과 못지않게 어떻게 내보내느냐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행장님이 노조를 찾아 일련의 과정에서 일부 잡음이 있었던 데 대해 '내 불찰이다. 이해해달라'고 유감표명을 했다"며 "행장님은 희망퇴직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있었을 노조가 큰일에 뜻을 모아준 데 대해 감사했고, 이제는 떠나는 이들을 서운하지 않게 예우하고 남은 직원을 헤아리자고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