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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네덜란드 연기금 박유경 이사 "엘리엇과 연대 없다"

기사등록 : 2015-06-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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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문제 있어”, “거버넌스 설치 요구할 것”

[뉴스핌=김선엽 기자] 올해 현대차 주총에서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관철시켰던 네덜란드 연기금이 삼성그룹 측에도 이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대표 글로벌 기업인 삼성과 현대에 대해 외국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주주친화 정책 요구가 거세지는 양상이다.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현재로선 반대할 가능성이 50%"라며 행동에 나설 뜻을 피력했다.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 자산운용사(APG) 아시아지배구조 담당이사는 5일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한편 삼성 측에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요구해 주주 권익 보호를 요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PG는 네덜란드 연기금의 투자기관으로 자산규모가 490조에 육박하는 유럽 2대 연기금 운용사다. 삼성물산 보유지분은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는 지난 3월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에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요구해 관철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는데 (지배구조가) 바뀌고 나면 삼성 측에 거버넌스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연기금 자산운용사(APG) 박유경 아시아지배구조 담당이사 <출처:APG>
거버넌스위원회란 외국인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다양한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두루 반영할 수 있게 돕는 기구다. 거버넌스(governance)란 여러 구성원의 분권통치를 뜻하는 개념이다.

그가 현대차와 삼성 등에게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오너의 일방적인 경영 판단이 가져올 수 있는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박 이사는 지난해 현대차가 10조5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삼성동 한전부지를 매입하자 현대차 주총에서 특별발언을 요청하고 거버넌스 설치를 요구했었다. 이에 현대차는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해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형국인 만큼 네델란드 연기금이 삼성그룹에 거버넌스 설치를 요구할 경우 삼성 역시 이를 외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이사는 삼성물산의 주주로서 제일모직과의 합병 비율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심하게 저평가된 상황에서 주주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삼성 측이 일방적으로 합병을 발표했다는 주장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물산 1주를 제일모직  0.35주와 교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합병을 하려면 합병의 목적과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합병을 굳이 안 해도 되는 회사를 합하는 것인데 우리가 제시받은 가격을 보면 삼성물산의 주가가 너무 저평가 돼 있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찬성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50%"라고 답했다.

또 주식매수청구권을 신청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때 주가가 어떻게 되는가에 달렸다"고 언급했다.

이어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재편과정에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지배주주 쪽의 필요에 의해 합병을 하는 것은 알고 있고 그 어려움도 알고 있지만 그럴러면 다른 이유들도 충분히 맞아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체로 합병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최근 합병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한 엘리엇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엘리엇과 접촉한 적 없다”며 “우리는 헤지펀드가 아니라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같이 얘기하면 내부 규정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한편 박 이사는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88학번으로 APG가 아시아에서 주식투자나 대체투자를 할 때 지속가능성과 지배구조와 관련한 적정성을 검토해 의견을 개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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