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6월 5일 오전 11시07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했습니다.
[뉴스핌=배효진 기자] 5월 글로벌 자금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 모두 열기가 한풀 꺾였다.
과열 논란과 주식시장 고평가 우려가 고조되자 주요국 증시의 열기를 견인했던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이탈하기 시작했다.
글로별 경제 부진에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오던 채권시장은 유럽 경기회복으로 인한 금리상승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인상 확인 등 악재에 2달 연속 자금이 가파르게 빠졌다.
지난 1일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달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는 132억97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직전월인 4월 86억9900만달러에서 순유출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 '주주환원' 논란인 북미시장, 선진국 자금 순유출 주도
주식시장이 연초 랠리를 뒤로하고 조정국면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고평가에 대한 경고가 꾸준히 제기됐던 북미지역은 5월 한달 동안 279억1600만달러가 순유출되며 직전월에 이어 또 다시 선진국 주식시장의 자금 유출을 주도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자금유출과 달리 뉴욕증시는 꾸준히 고점을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다우지수는 5월 들어 사상 최고치를 각각 4번, 2번 갈아치웠다. 나스닥 역시 5100선까지 오르며 랠리에 동참했다.
전문가들은 이익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기업들이 자사주매입과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에 나선 결과로 분석한다. 하지만 투자를 외면한 자사주 매입이 부양한 주가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골드만삭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이 18.1배에 이를 정도로 증시가 고평가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어 "기업들이 잉여현금을 자사주매입보다는 인수합병(M&A)에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에 의하면 올해 S&P500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600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위기 전인 2007년 6370억달러와 근접한 규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저렴한 비용에 자금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자사주매입과 배당확대를 위해 빚을 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투자를 막아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서유럽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Grexit) 불확실성에 2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하는 등 전달에 비해 유입세가 주춤해졌다. 일본 역시 27년래 최장기간 랠리를 지속한 데 따른 피로감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며 유입세가 줄었다.
다만 서유럽 주식시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지표가 크게 개선되고 그리스 부채 협상도 타결이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호재가 겹치고 있다.
2일 발표된 유로존의 5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은 0.3%을 기록,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완화시켰다. 4월 실업률은 11.1%로 직전월에서 0.1%포인트 하락했고 실직자수는 전월 대비 13만명 감소했다.
아울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양적완화를 조기에 종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데 따라 증시가 추가적인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증시는 수출기업의 실적 개선을 견인한 엔화약세 흐름에 기업지배구조 개혁으로 주주권익 향상이 맞물려 상승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증시 상장사들은 이번 달부터 독립 사외이사를 두지 않는 경우 주주총회에서 이유를 공개해야 한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의하면 최소 3명의 독립 사외이사를 보유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주주환원 비율이 25%포인트 높았다.
◆ 신흥국은 중국 주도로 자금 유입.. 인도는 순유출
신흥국 주식시장은 중국으로의 순유입 증가에 힘입어 24억3600만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중국 본토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유입이 11억달러에서 35억달러로 대폭 늘어나고 선전증시를 중심으로 A주가 강한 랠리를 보이는 등 내국인 매수를 자극시킨 까닭이다.
반면 신흥 투자처로 부상했던 인도는 9억3100만달러가 순유출되며 부진했다. 경기회복세가 둔화되고 작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결과다. 올해 몬순(우기) 기간 인도는 엘니뇨로 인한 가뭄에 작황이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소비자물가(CPI) 바스켓에서 식료품 비중은 47.6%에 이른다.
경제 전반의 활력도 떨어졌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친 5월 인도의 HSBC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로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수 부진에 서비스업 경기가 13개월 만에 처음 위축된 여파다. PMI는 50을 넘기면 경기확장을, 이를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글로벌 채권시장은 여전히 유로존 금리 상승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발목을 잡힌 모습이다.
지난달 글로벌 채권시장에는 13억72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직전월의 226억9400만달러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 글로벌 채권시장 자금유입 '주춤'
같은 기간 선진국 채권시장에는 6억8200만달러가 순유입되며 역시 직전월 200억7900만달러에서 순유입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신흥국 채권자금은 6억9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마지막 주 들어 10주 만에 순유출을 기록하며 순유입 규모가 축소됐다.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가 감소하고 소매투자자들의 꾸준한 매도가 나타났다.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와 드라기 총재의 추가 부양책 불필요 발언에 국채금리는 다시 큰 폭으로 뛸 조짐이다.
미국 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ADP)은 5월 민간 고용이 20만1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망치 20만명을 소폭 웃도는 수치로 직전월 16만9000명을 크게 상회했다. 이로써 민간 고용은 지난 1월 이후 5개월 만에 전월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장은 오는 5일 발표될 5월 비농업부문 고용 역시 22만5000명 증가해 직전월을 뛰어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3일 드라기 총재는 현재 유로존 인플레와 경제상황을 고려할 경우, 추가 부양책이 필요치 않다고 밝히며 국채수익률 오름세에 불을 지폈다. 유로존은 올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0.0%에서 0.3%로 상향 조정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 직후, 독일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7bp(1bp=0.01%) 오르며 0.89%까지 뛰었다. 이어 4일 오후 3시 22분께 독일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9%를 돌파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국 국채수익률은 9.8bp 오른 2.362%를 기록했다.
그리스 부채 협상의 타결 시점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나오는 점도 국채 수익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배경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