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회사 이사진들을 상대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전문가들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9일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이번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데 변함이 없다"며 "이에 따라 엘리엇은 합병안이 진행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늘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등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으며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엘리엇은 지난 4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비율(1 대 0.35)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합병 반대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엘리엇 측 홍보대행사에 따르면, 엘리엇 측 소송대리를 담당하는 법무법인 넥서스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은 이사회가 주총을 소집해 어떤 내용을 결의하려고 할 때 그 내용상 또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주주총회가 성립되지 않게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상법상 구제수단이다.
주총결의 무효 확인 청구소송이라는 본안 소송과 함께 제기하기도 하고 이에 앞서 먼저 제기할 수도 있다.
국내 대형 로펌의 M&A 전문 변호사는 "주총결의 무효 확인 청구소송은 주총 이후에 제기하는 것인데 반해 가처분 신청은 주총 자체를 취소시켜 달라고 주총 전에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은 본안 소송을 수반하지 않는 가처분으로 보인다"며 "합병결의를 막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법원이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 임시주총은 소집될 수 없다. 삼성 측은 다시 이사회를 열고 주총 소집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에 대해 삼성 측이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본안소송과 마찬가지로 3심까지 소송이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원이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 판단할 때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앞선 변호사는 "합병 비율에 문제가 있다면 주총을 열어서 주주들이 합병을 할지 말지 결정하면 될 문제이기 때문에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기 어렵다"며 "특별히 소집 절차에 하자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헤지펀드 입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카드 중의 하나"라며 "법원에서 받아들여줄지와 무관하게 이런 방법을 통해 삼성 측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직 소장을 받지 못 해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런 식으로 여론만 흔들어서 주가 올리려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장을 전달받으면 법무팀 등의 내부 검토를 거쳐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