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건설사가 보유한 골프장들이 부진한 매출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계열사들이 이용해줘 겨우 유지되고 있는 상황. 골프장 매출 가운데 계열사 거래 비중이 최대 60%에 달하고 있다.
계열사 매출 비중이 높다보니 자체 경쟁력은 낮아졌다. 안정적인 현금 유입에도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수백억원을 투자해 만든 골프장이 계열사 ′마케팅용′이나 직원 ′복지용′으로 활용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적자 구조가 장기화되면 건설사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보유한 골프장은 계열사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세계건설은 계열사 매출 비중이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 137억원 중 계열사 매출이 82억원이다. 이중 계열사가 회원권과 이용료로 각각 75억원, 7억원을 지불했다. 이중 이마트가 63억원 지출로 대부분을 이뤘다.
골프장은 경기도 여주 자유, 트리니티 컨트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고급 회원제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정회원의 입회금은 15억원에 달한다. 연회원의 이용료도 7000만원 수준이다.
이 회사는 외형 성장에 계열사 지원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건설업과 골프장 운영이 주요 사업. 건설업의 계열사 의존도도 75%에 달한다. 매출 1000원 중 750원을 계열사 공사로 벌어들인 셈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건설 계열사이자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남양주 ‘해비치컨트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자동차가 30%,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골프장은 지난해 매출 113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계열사 매출 비중이 전체의 45%(51억원)를 차지한다. 현대차가 17억6000만원을,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9억원을 지불했다. ′소유주′인 현대엔지니어링은 1억3500만원을 사용료로 냈다.
문제는 계열사 몰아주기에도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 트리니티 컨트리클럽은 지난해 매출 137억원에 영업손실은 12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영업손실이 23억원이다. 해비치컨트리클럽은 매출 113억원에 영업손실 1억1500만원을 기록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골프장 적자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라 소유의 여주 ′세라지조 골프장′은 지난해 매출 60억원에 영업손실은 21억원에 달했다. KCC건설과 롯데건설이 지분을 보유한 청라 ′베어즈베스트CC′도 지난해 205억원 매출에 65억원 손실을 봤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고급 회원제 골프장으로 운영돼 계열사의 매출 비중이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지만 골프장의 사업 비중이 높지 않아 회사 재무상태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적자가 장기화되면 건설사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골프장 운영만으로 한 해 100억원 넘게 적자를 보는 구조가 계속되면 대형 건설사들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공사대금을 못 받아 ′울며 겨자먹기′로 골프장을 인수한 건설사들은 손실에 대한 압박감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