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 "합병비율 재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다음달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 측과의 표대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이 장외거래를 통해 백기사인 KCC에게 자사주 전량을 매각한 것처럼 11일까지 어느 쪽이건 장외거래를 통한 지분거래는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삼성과 엘리엇의 표대결 지분구도는 이날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이 냉각기간(지분 매입 공시 이후 5일간 추가 매입 금지, 6월11일까지)으로 추가 지분 매입은 불가능하지만 삼성과 엘리엇 양측 우호세력의 추가 장외 지분 매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11일 관련 업계 및 삼성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다음달 17일 합병과 관련된 임시주총을 앞두고 이날 주주명부를 폐쇄할 예정이다.
장내매수를 통해 삼성물산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시한은 지난 9일까지였지만, 장외거래를 통해 11일까지만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면 다음달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론상 12일 자정이 되기 전까지만 장외거래를 통해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면 의결권이 생긴다"며 "아직 여러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이날 장 시작 전 KCC에 자기주식 5.76% 전량을 매각 완료했다. 삼성물산이 백기사를 자처하는 KCC에 삼성물산 자사주를 이날 전량 매각한 것은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의 지분 13.99%에, KCC의 5.79%가 더해지면서 KCC와의 협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우호지분이 19.78%로 늘었다.
시장과 업계에선 삼성 혹은 삼성 우호세력이 장외 거래를 통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시점인 11일까지 추가적인 합종연횡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또한 이미 삼성 우호세력이 9일 이전에 장내 거래를 통해 삼성물산 지분 매집에 나섰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주 들어 국내 한 대형 투자가가 삼성물산 주식 2000억원어치를 사들여 2%에 육박하는 지분을 확보했다는 얘기도 시장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올해 들어 모 외국계에서 삼성의 우군으로 지분을 확보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 중에선 신영자산운용(3월 말 기준 삼성물산 지분 0.13% 보유)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에 대해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다시 말해 삼성이 합병비율 재조정은 없고 합병에는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면에는 이미 상당 부분의 지분확보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냉각기간으로 추가 지분 매입이 불가능한 엘리엇을 대신해 우호 세력이 이날까지 장외 거래를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했거나 확보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KCC 자사주 매각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주총 표대결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주주 입장에서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합병비율은 법적으로 적법하게 계산을 한 것인데 그게 잘못됐다고 하면 삼성물산한테 법을 위반하라고 하는 것 아니냐"며 합병비율 재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삼성물산 사외이사들 역시 합병비율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졌고 재산정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