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국채시장의 유동성 위기 문제가 증폭되면서 투자자들이 선물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 국채시장 대비 선물시장의 거래 규모가 최근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이른바 유동성 발작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주장이다.
12일(현지시각) UBS에 따르면 미국 국채시장 거래 규모 대비 선물시장의 일평균 비중이 최근 3개월 사이 70%로 치솟았다. 이는 2011년 비중인 5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블룸버그통신] |
하지만 선물 거래의 상대적인 비중 급증은 국채시장의 유동성 위축이 현실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UBS는 주장했다.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할 경우 투자자들은 대규모 물량을 커다란 가격 변동을 일으키지 않고 거래할 수 있다.
반면 유동성이 위축될 경우 소규모의 거래가 커다란 가격 등락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또 특정 방향으로 투자자들의 매매가 쏠릴 때도 가격 변동 폭이 커진다.
전통적으로 은행권은 이 같은 유동성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공격적인 매도로 국채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질 때 은행권이 ‘사자’에 나서며 채권 가격에 버팀목을 제공했다. 은행권이 직접 매수할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 고객들에게 매매를 중개해 가격 급등락의 충격을 완화했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의 움직임은 과거와 크게 상반된다. 국채 수익률이 무서운 기세로 뛰었지만 은행권은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수익률이 현저하게 떨어진 데다 규제 강화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다.
전통적인 완충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곳이 선물시장이라고 UBS는 설명했다. 선물 거래를 통해 국채에 대한 노출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급등락에 따른 손실 리스크를 축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UBS는 선물 거래 역시 거래상대방 리스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리스크를 피하는 대신 또 다른 형태의 리스크에 노출되는 셈이라는 얘기다.
한편 국채시장의 변동성 리스크는 중앙은행 수장들 사이에서도 꼬리를 물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시장 변동성 확대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 역시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대해 리스크를 강하게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