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채권시장의 혼란과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 속에 펀드 매니저들이 현금 비중을 크게 늘렸다. 자산 시장 전반에 걸쳐 변동성이 대폭 상승한 데 따라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는 움직임이다.
16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조사에 따르면 이달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보유한 현금 자산 비중이 4.9%로,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4.5%에서 상승한 것이다.
달러[출처=블룸버그통신] |
앞서 프랭클린 템플턴의 마이클 한센스탭 채권 펀드매니저는 운용중인 펀드의 현금 비중이 사상 최고치로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프랭클린 템플턴의 대표 펀드의 현금 자산 비중은 지난 3월 말 기준 29%에 달했다. 유럽 펀드의 현금 자산 비중 역시 25%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자산 규모 2720억달러의 러셀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월 현금 보유량이 거의 없었으나 최근 몇 달 사이 현금을 대폭 확대, 약 10%까지 늘어났다.
러셀의 크리스토퍼 카스퍼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로서는 말 그대로 현금이 왕이며, 앞으로 현금의 매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고, 손실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변동성은 특히 유로존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4월 0.05%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1%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독일 증시의 DAX 지수는 1만2374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최근 1만1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예상대로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선진국의 통화정책 탈동조화가 본격화되면서 시장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손버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론 에릭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융시장에 전혀 새로운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며 “특히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가 오르기 시작할 때 증시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금은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수단이 될 뿐 아니라 특정 자산이나 종목이 급반등할 때 발빠르게 베팅하기 위해 비축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현금 비중을 지나치게 크게 늘리는 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AXA의 마크 틴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금 비중을 늘릴 때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잠재 수익률을 끌어내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