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내년 사회기반시설(SOC)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늘어 25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내년도 각 정부부처의 예산요구안을 집계한 결과 SOC예산이 올해에 비해 15%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예산안 작성과 국회심의 과정에서 결국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어 내년에도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데다 총선이라는 정치이벤트까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또 SOC 예산은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지난 2014년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전년대비 감소하지 않고, 경제활성화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요구 규모는 올해에 비해 4.1% 15조5000억원 늘어난 39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분야별로는 복지와 교육, 문화 등에서 증액된 반면 산업, 농림, SOC 등은 축소됐다. 특히 SOC예산 요구액은 올해 24조8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 15.7% 감소한 20조9000억원이다.
하지만 실제 확정되는 내년도 SOC예산은 올해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게 관가의 예상이다.
우선 경제성장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3%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 KDI 등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하향조정했으며, 금융연구원은 2.8%로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이 처음으로 3% 붕괴 가능성을 예상한 것.
기획재정부도 이달말 하반기 경기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그동안 성장률이 낮을 때 SOC 투자를 늘리는 해법을 사용해왔다.
지난 5년간 SOC예산 추세를 보면 경제성장전망이 3.7% (실제 3.3%)였던 2014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요구예산 대비 늘려왔다. 지난 2013년과 지난해의 경우 각각 요구예산 대비 13.4% 및 10.5% 증가시켰다.
기재부 관계자는 "성장전망이 밝다고 할 수 없는 지금 SOC예산이 예년과 달리 줄어들 것으로 볼 수도 없다"며 "예산편성 과정에서의 협의상 불이익 등이 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 맞춰 우선 요구안을 내고 이후에 예산규모를 늘이는 것이 관례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SOC예산이 요구안에서 15.7% 감소하는 것이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또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도 변수다. 매년 전년대비 축소된 예산이 요구되지만 항상 국회 심의과정 등을 통해 결과는 대폭 증가해왔다. 선거를 앞두고는 의원들의 지역 민원성 예산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의거, SOC예산을 점차 축소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있다. 재정정책의 효과도 과거와 달리 줄어들고 있어 증가폭은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예산요구안에 비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가 보다는 장기적인 예상구성의 추세를 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며 "실제 SOC규모가 전년대비 늘어나더라도 총예산에 대한 비중이 줄이는 쪽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부터 SOC예산의 비중은 매년 7.1%, 6.7%, 6.6%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내년도 SOC예산이 올해 24조8000억원에서 소폭 증가해도 이 추세를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6.5%로 비중을 줄인다해도 전체예산규모가 늘어나면 SOC 예산은 25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또 정부는 SOC투자에 민간투자를 적극 끌어들인다는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민자투자사업의 성격상 장기적인 사업성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정부주도의 투자가 이뤄져야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자사업에서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거나 민자사업으로 제안되는 내용은 없다"면서 "올해 초 관련 제도가 정비됐기 때문에 하반기 아니 적어도 내년도 상반기 이후에나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SOC예산이 증가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대목이다.
정부의 한 예산전문가는 "비록 SOC예산이 과거에 비해 그 효가가 저감됐지만 여전히 효과와의 직접적 연관성이 높은 수단"이라며 "구체적인 예산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예상할 수 없지만 현재의 경제상황 등을 감안하면 줄어드는 것보다는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