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주오 기자]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글로벌 판매가 시장별로 엇갈렸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과 유럽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증가한 반면, 중국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기아차의 선방이 빛났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신형 투싼을 비롯해 소형 SUV인 크레타 등의 전략 차종을 각 국가별로 투입, 실적회복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전략이다.
◆ 유럽 시장 올들어 최고 기록..하반기 신형 투싼 투입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유럽과 신흥국에서 점유율이 확대됐다. 유럽(EU 및 EFTA) 시장에서 7만902대를 판매, 시장 점유율 6.2%를 달성했다.
유럽 시장점유율 6.2%는 올들어 최고치다. 지난 1월 5.7%를 시작으로 2월 5.9%, 3월 6.1%, 4월 5.9%를 기록했다. ix35(국내명 투싼ix)와 스포티지R이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ix35는 9377대 팔리며 점유율 상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스포티지R 역시 9456대의 판매고를 올려 기아차 판매 차종 중 유럽 판매 1위에 올랐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신형 투싼을 체코 현지에서 생산, 하반기에 투입할 방침이다. 최근 유럽 자동차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SUV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반면 유럽 및 신흥국 시장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사진=뉴시스> |
이와 함께 브라질에서도 낭보가 날아들었다. 브라질자동차공업협회(ANFAVEA)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는 1만7000대를 판매해 8.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1000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0.6%를 달성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은 8.9%이다. 1992년 브라질 시장에 진출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에도 8.7%의 점유율을 기록, 역대 최대 점유율 신기록을 갈아치운바 있다. 한 달 만에 또 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다만, 판매량은 다소 줄었다. 현대차 판매량은 13.6% 줄어든 1만6406대에 그쳤다. 브라질 시장의 수요가 26.3%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FCA와 폭스바겐, GM 등은 판매량이 30% 이상씩 감소하며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브라질 시장에서의 선전은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현지 전략 차종 HB20을 지난달 1만3332대(HB20S 포함)를 판매, 전체 판매의 81.2%라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브라질에서 팔린 5대의 현대차 중 4대가 HB20인 셈이다.
러시아와 인도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2만5968대를 팔았다. 점유율은 4.5%포인트 상승한 20.6%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은 각각 10.8%와 9.8%다.
러시아는 유가 하락과 루블화 불안정으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이에 글로벌 업체들은 앞다퉈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이와 달리 현대·기아차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략 차종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의 투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쏠라리스는 지난달 1만654대의 판매고를 올려 러시아 시장에서 유일하게 1만대를 돌파한 모델로 기록됐다.
러시아 자동차 수요가 37.6% 감소한 탓에 전체 판매량의 규모는 줄었다. 현대차는 12.6% 감소한 1만3613대를 판매했다. 기아차도 27.0% 감소한 1만2355대를 기록했다.
인도에서는 소형 해치백인 현지 전략차종 'i시리즈'의 판매 호조 속에 3.4% 증가한 3만7000여대를 팔았다.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7.9% 늘어난 17만3866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투입한 신형 i20의 선전에 힘입은 결과다. 신형 i20 투입전 월평균 판매량은 3998대였으나 출시 이후에는 매월 평균 9716대 팔려나갔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의 공략 수위를 높이기 위해 소형 SUV 크레타를 다음달 출시한다. 크레타는 중국에서 판매 중인 소형 SUV ix25를 인도 실정에 맞게 재설계한 것으로 인도 소비자들이 소형차에서 SUV 등 보다 큰 차급으로 이동하는 경향에 대응하기 위한 모델이다.
현대차는 크레타 출시로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부진했던 美ㆍ中, 신차 투입으로 ‘반등’ 노려
중국에서는 판매량이 감소하며 점유율이 역주행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 5월 중국시장 점유율은 9.1%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인 4월 10.0%에 비해 0.9%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현지 전략차종인 밍투와 ix25를 제외한 주요 차종의 판매가 최대 80% 가까이 줄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9.8% 감소한 8만22대, 기아차는 5.9% 줄어든 4만9005대로 총 12만9027대를 판매했다.
중국 현지 업체들의 성장과 주력 모델의 노후화가 판매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 들어 중국 현지 업체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창안기차와 창청기차는 누적 판매량(1월~5월) 기준으로 각각 62.9%, 36.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합작회사들이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현대·기아차는 위기 극복을 위해 하반기 신형 투싼을 투입한다. 신형 투싼은 ix25 등과 함께 점유율 회복의 선봉 역할을 할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기아차의 성장이 빛났다. 현대차 판매량은 감소했으나 기아차는 월간 판매 최다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10.3% 감소한 6만3610대를 판매고를 올렸다. 반면 기아차는 3.9% 증가한 6만2433대를 팔아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량 격차는 1000여대에 불과하다.
지난달 미국 시장은 현대차에게 불리한 환경이었다. SUV와 픽업트럭의 수요가 늘면서 세단 중심의 현대차가 치명타를 입었다. 이에 다음달 신형 투싼을 투입해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북미에서 연간 9만대가량의 투싼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현대·기아차 판매는 양적인 면보다 질적인 면에서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이라며 “8월 이후 신차 출시 반응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