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6월 15일 위헌소지가 큰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됐다"며 "이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시정요구권은 역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가 됐지만 항상 위헌성 논란이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사실상 정부의 시행령 등의 내용까지 관여할 수 있도록 하고 법원이 아닌 국회가 시행령 등의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정부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하고 결과적으로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해서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00년 2월에는 본회의에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성이 있다는 이유로 수정 의결된 바 있고 금년 5월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도 위헌 가능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것은 사법권을 침해하고 정부의 행정을 국회가 일일이 간섭하겠다는 것으로, 역대 정부에서도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개정안을 다시 시도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며 "국회가 행정입법의 수정 변경을 강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을 통과시킨 여와 야, 그리고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통일되지 못한 채 정부로 이송됐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 문제가 커지자 법안을 수정하면서 요구를 요청으로 한 단어만 바꿨는데, 요청과 요구는 사실 국회법 등에서 같은 내용으로 혼용해서 사용되고 있다"며 "이 개정안은 국가행정체계와 사법체계를 흔들 수 있는 주요한 사안으로, 여야의 주고받기 식이나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서 진행할 사안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지난 15일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 시행령에 대한 수정·변경의 강제성이 해소되지 않아 위헌 소지가 남아 있다는 게 청와대 측 판단이다.
법제처는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의 서명과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조만간 국회에 재의요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의 재의요구안 의결에 따라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되지 않으면 국회법 개정안은 폐기된다.
◆ 대통령 법률안 거부권이란?
'대통령 거부권'(veto power)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대해 정부가 이의가 있을 때 행사할 수 있는 헌법상 권한이다.
헌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재의(再議) 요구'로 표현하고 관련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 53조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이를 공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여야가 처리한 법률안 공포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이를 되돌려보낸 뒤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 의결은 법률안 공포안 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국무회의에서 이뤄진다.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이 의결되면 법제처가 이를 상신(上申)한다. 상신된 재의요구안에 대해 국무총리 및 관련 국무위원들이 부서(副署)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면 거부권 행사와 관련한 행정부 내 절차가 완료된다.
국회는 대통령의 재의 요구시 반드시 이를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본회의에 상정된 재의요구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렇게 의결된 법률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다시 재의 요구를 할 수 없으며 재의요구한 법률안이 관련 규정에 맞게 의결되면 법률로 최종 확정된다.
다만 재의요구된 법률안을 언제까지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는 시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대통령에 의해 재의요구된 법률안이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사례들도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