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동시에 인하하면서 증시 투자자 동향과 주가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기관에 적용하는 대출과 예금 기준금리를 각각 0.25%씩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대출금리는 5.10%에서 4.85%로, 예금 기준금리는 2.25%에서 2%로 낮아졌다. 인민은행은 이와 함께 농·축산업과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큰 일부 은행에 대한 지준율도 0.5%P 낮춘다고 발표했다.
중국 증시는 금리와 지준율 동반 인하에도 불구하고 변동성이 큰 불안장세를 보이며 상하이종합지수 4000포인트가 위협받는 상황이 펼쳐졌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금리인하후 첫 장인 이날 오전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뒤 3.75% 내린 4035.48%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금리 인하는 지난달 10일 이후 약 한 달 보름 만, 지준율 인하는 올 들어 세 번째이며, 금리와 지준율을 동시에 하향 조정한 것은 지난 2008년 10월 이후 7년만이다. 이번 조치로 시장에 약 47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분기말을 맞아 유동성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자금조달 비용이 높은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당초 다수 기관은 인민은행이 6월중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5일 인민은행이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역레포) 거래로 350억 위안을 시장에 공급한 이후 단기 내 추가 통화정책 완화 조치가 없을 것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26일 A주 대폭락장을 초래했다.
인민은행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돈 풀기에 나선 것은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이 겹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민은행 관계자는 북경일보(北京日報)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신창타이(新常態, 뉴노멀)' 배경 하에 중국 경제가 신구 산업 및 성장동력 교체를 위한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며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며 사회융자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낮은 물가가 계속되고 실질 금리가 역사적 평균 수준을 웃돌고 있는 상황 또한 지준율 및 금리를 인하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은 7.4%로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7.0%까지 낮아졌다. 2분기에는 7%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올해 1월 1% 아래로 떨어졌다가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연속 1%대에 그치면서 디플레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중국 증시까지 2주 연속 폭락한 것이 금리 및 지준율 인하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앞서 15-19일 13% 가까이 폭락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주(23-26일, 22일 휴장)에도 8% 이상 내려앉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중앙재경대학 중국은행업연구센터 궈톈융(郭田勇) 주임은 "금리나 지준율 인하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됐지만 중요한 것은 조치가 나온 시기"라며 "중앙은행의 이번 금리 및 지준율 동시 인하는 분명 자본시장의 폭락, 극도의 불안정과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및 지준율 인하가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자금조달비용이 낮아지면서 보다 쉽게 마련한 투자자금이 증시로 몰려 증시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 반면, 단기 반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남방펀드(南方基金) 수석 이코노미스트 양더룽(楊德龍)은 "금리 및 지준율 동시 인하는 증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태도를 반영한다"며 "이번주(6월 29일-7월 3일)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한 뒤 불마켓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흥업증권(興業證券) 수석 애널리스트 장이둥(張憶東) 또한 "이번 조치가 신용거래 축소 등으로 인한 부정적 요인을 해소 시키면서 지수가 당분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영대증권(英大證券)연구소 리다샤오(李大霄)는 "매우 중차대한 소식으로 실물경제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고평가된 주식의 하락 압력을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시장의 폭락을 저지하는 데는 일정부분 완충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덕성펀드(德聖基金)연구센터 장사이춘(江賽春)은 "중앙은행의 동시 인하는 어쩔 수 없이 나는 시장 구제정책으로, 이같은 조치가 없었다면 월요일 자본시장은 '전쟁터'가 됐을 것"이라며 "현재 증시에 대한 투자 열기가 크게 꺾인 상황에서 예전의 폭등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작은 만큼 금리 및 지준율 동시 인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사이춘은 그러면서 리스크 방지를 중심으로 한 투자전략을 짜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