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7월 1일 오전 7시 58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편집자] 올해로 10년차가 된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전체 적립금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했고, 10년 후에는 4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개인연금 등과 함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 준다.
현재 운영중인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2가지 방식이 있다. DB형은 퇴직시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이 정해져 있고, 기업이 퇴직자산을 운용한다. 반면 DC형은 퇴직금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기 때문에 운용실적에 따라 미래 퇴직금이 달라진다. 현재 DB형이 퇴직연금의 70%를 차지하지만 5년후에는 DC형이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금금리 1%대의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원금보존보다 수익률 창출에 좀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뉴스핌은 유료 안다(ANDA) 뉴스 서비스 1주년을 맞아 [퇴직연금 재설계]를 특집으로 소개한다. 퇴직연금의 설계, 좋은 퇴직연금펀드 고르는 법, 퇴직연금 사업자의 서비스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독자들이 개인별 투자성향에 맞는 퇴직연금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자 한다.
[뉴스핌=이에라 기자] ## 서울 소재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후반 윤성실(가명) 차장. 윤 차장은 7월부터 회사에서 DC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퇴직연금에 문외한이던 그는 퇴직연금제도 사업자로 선정된 은행 담당 직원과 장시간 상담을 통해 성향에 맞는 퇴직연금 상품을 고를 수 있었다. 원금을 잃는게 싫어 금리가 낮아도 정기예금만 고집해 왔지만 은행 상담직원은 다소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투자상품에도 가입할 것을 권했다. 윤 차장은 1%대 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조언과 은퇴후 안정적인 삶을 위해 정기예금 이외에도 채권혼합형펀드에 일부 투자하기로 했다.
## 한 대형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 김명진(가명) 부장은 지난달 퇴직연금 도입체인 A기업에 방문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김부장은 직원들 가운데 가장 수익률 관리를 잘한 한명을 선정해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국내외펀드로 적극적으로 자산배분을 해 연 환산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내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며칠 후 김 부장은 A기업의 한 직원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 직원은 예금을 위주로 구성된 퇴직연금을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다시 배분하고 싶다고 방법을 알려달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산배분이다.
은퇴후 받을 퇴직금을 확정받기 위해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올들어 은행예금이 1%대로 하락하면서 고수익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 '안정성과 고수익' 양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감내하라고 조언한다. 20년이상 장기투자하는 만큼 사소한 수익률 차이에도 손에 쥐는 목돈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매년 3%씩 임금이 상승하는 연봉 4800만원의 근로자가 20년간 퇴직연금을 적립할 경우 운용수익률에 따라 은퇴자금은 수천만원 차이가 난다. 가령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연 2%일 경우 적립금은 1억2807만원이다. 6%일 경우 퇴직연금 총액은 1억8690만원으로 늘어난다. 4%포인트 수익률 차이에 따라 20년후 은퇴자금이 무려 6000만원 차이가 난다.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 상무는 "처음에 운용 개시를 할 때 서류 작성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상대적으로 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원리금보장형을 선택하는 가입자들이 많다"면서도 "나중에 원리금보장형을 실적배당형을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꼼꼼히 잘 따져 실적배당형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원리금 비보장형(실적배당형) 금융상품은 펀드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는 예금 이외에도 환매조건부채권(RP), 채권,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이 있다.
퇴직연금의 손실을 원치않는 보수적인 가입자들은 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100% 투자하는 것이 좋다. 물론 낮은 이자는 감내해야 한다.
대다수 전문가들 이같은 일방적인 안전선호형 자산배분을 권하지는 않는다. 원리금 보장형에만 자산을 묶어두는 것은 자칫 노후의 안정성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준 NH투자증권 연금지원부 팀장은 "은행 금리가 1% 후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형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 "퇴직연금, 장기 플랜..글로벌 배분 꼭 필요"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크게 투자성향별로 상이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으로 투자성향을 구분한후 자산배분을 조언한다.
안정추구형은 은행 이자의 2배 이상인 연 5% 정도, 위험 중립형은 연 10% 내외의 수익을 원하는 가입자들이다. 적극 투자형은 연 10%이상의 수익을 원하는 고객들이다.
안정추구형의 경우 원리금보장형에 절반, 채권형과 채권혼합형에 각각 약 20%, 30%를 배분한다. 적극투자형은 채권형(25%)과 채권혼합형(75%)에 투자한다. 위험중립형은 채권형과 원리금보장형에 각각 25%, 채권혼합형 50%를 투자한다.
삼성증권이 제시하는 안정형 포트포리오는 원리금 보장 예금과 채권형펀드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수익형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고려하는 가입자를 위해 구성된다. 적극수익형은 다소 위험을 감소해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KDB대우증권은 위험자산 편입 비중이 10% 이하일 경우 보수형으로 구분한다. 위험자산 편입비중이 20~30%면 안정형이다. 수익형은 위험자산 편입비중이 40% 이상일 경우에 해당한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자산배분 퇴직연금 랩어카운트를 통해 주식형 투자 비중을 20%, 30%, 40%로 분류, 투자성향에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퇴직을 앞두거나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우 Safe Plus형을 추천하고 있다. 국내외 채권펀드 비중을 높여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한다.
투자자들의 적립 금액에 따라서도 투자 성향은 달라질 수 있다. 연령대가 낮고 적립금이 저은 경우에는 공격적, 연령대가 높고 적립금도 높은 은퇴가 가까운 투자자들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리는 것을 선호한다.
전문가들은 실적배당형에 투자할 경우 해외 투자 비중을 일부 가져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국 시장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한 만큼 위험 분산 효과에서 글로벌 비중을 가져가라는 얘기다.
박성현 KDB대우증권 연금사업추진부 상품담당 대리는 "국내 증시가 몇년째 박스권이었기 때문에 국내 주식형에만 투자하면 투자 자산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며 "글로벌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배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희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는 "국내 비중이 전체 시장의 2%도 안되는데 노후자금을 국내에만 100%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외분산 투자를 잘하는 곳 상품을 공부한 뒤 적절한 비중을 일부 편입하라"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금의 중요성을 깨닫고, 연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