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가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금 16억유로를 갚지 못하고 디폴트를 낸 가운데 경제 석학들의 비난의 화살이 IMF를 향하고 있다.
잘못된 해법이 그리스의 구조적인 부채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그리스 의회 앞에서 시위 중인 국민들[출처=블룸버그통신] |
IMF와 유로존 채권국이 택한 대응책은 고강도 긴축이었다. 단기 예산을 대폭 삭감,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법으로 부채를 온전하게 상환하도록 한다는 것이 IMF의 주장이었다.
이를 통해 그리스가 2012년까지 성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IMF는 장담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난 4년간 그리스 경제는 25%에 이르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
예측이 빗나가자 IMF는 일정 부분 전략을 수정했다. 2012년 민간 부문의 채권자들을 압박해 채무 조정을 실시하도록 했다.
일부 IMF 정책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부채 규모를 대폭 삭감하지 않을 경우 GDP 대비 170%에 달한 부채 비율을 110%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IMF는 그리스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노선을 전면 수정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고강도 긴축이 그리스 경제는 물론이고 유로존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과소평가 했다.
이번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 유로그룹이 보인 움직임도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의 아사이 초프라 연구원은 “지난 6개월에 걸친 구제금융 협상에서 IMF와 채권국은 2010년과 같이 잘못된 판단과 기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로그룹이 제시한 협상안이 그리스의 중장기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대학의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 역시 “경기 침체를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난 정책을 두 배 강화한다고 해서 그리스의 부채 위기가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IMF와 유로그룹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오는 5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포함한 유로존 정책자들은 그리스의 지원 및 협상의 여지가 열려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미 제시한 지원 요건에서 후퇴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코노미스트는 정책자들이 협상을 불필요하게 복잡한 상황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