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최근 그리스 이슈와 중국 증시 급락세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블랙스완(Black Swan, 예상치 못한 위험 변수)'으로 부상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국가부도) 수순을 밝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내려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심각한 위기 전염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가파른 내리막을 연출했던 중국 증시도 당국의 개입이 이어지며 일단은 진정된 모습이다.
제2의 그리스로 지목되며 디폴트 우려가 불거졌던 푸에르토리코도 최근 유예하려던 19억달러(약 2조1255억원) 채무 상환을 만기에 맞춰 성공하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2일(현지시각) 미 금융전문지 배런스는 그리스나 푸에르토리코, 중국 이슈가 변동성을 키우긴 했지만 이 중 어느 것도 '블랙스완'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수석투자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각국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례적인 통화 부양책과 점진적인 글로벌 경기 회복세 덕분에 그리스와 중국, 푸에르토리코 이슈가 전염성이 강한 블랙스완 보다는 개별 '골칫거리(black sheep)'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슈들이 여전히 진행형인 만큼 시장 리스크를 단정짓긴 이르다.
일각에서는 중국 버블 붕괴 시 파급력은 그리스 사태를 초월할 것이란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이미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시장이 이미 대비태세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 아직까지 버블 진위 논란에 머물고 있어 심각성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주 간 중국·유럽·미국 증시 흐름 (퍼센트 변동 기준) |
◆ 중국증시 버블, 터지면 그리스 위기는 '장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스크 경중으로 따지자면 그리스보다 중국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리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는 지난 3주 동안 중국 증시 시가총액은 2조3600억달러(약 2642조원)가 증발했다. 작년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10배가 날아간 셈이다. 낙폭으로 보면 지난 6월 12일 이후 상하이종합지수는 24%가 빠졌고, 선전지수는 30% 가까이가 빠졌다.
HSBC 아시아 경제리서치 공동대표 프레드릭 뉴먼은 "중국서 발생하는 상황은 앞으로 수 주 혹은 수 개월에 걸쳐 그리스가 촉발할 위험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잃으면 본토시장 전반에 걸쳐 수요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중국 내부에서는 이코노미스트들이 중국 증시 변동성과 경제 간 상관관계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은 증시 급락이 중국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줄지에 관해 엇갈리는 의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통신은 중국이 자본시장 개방에 나서면서 증시 변동성으로 인한 타격은 전 세계 투자자들로 확산될 수 있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CNN머니는 중국 경제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고 기업 실적도 1년 전보다 악화된 상황에서 지나친 랠리를 연출했던 중국 증시가 무시무시한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 중에서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마진트레이딩(신용거래) 규모는 버블 붕괴 시 파괴력을 키워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주가 하락으로 마진콜이 촉발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아야 하고 주가는 더 빠지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까지 중국 마진거래 규모가 8일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당국이 잇따라 개입하고 있어 버블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지난 주말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 인하하는 한편 1일부터는 상하이 및 선전증권거래소 A주 거래 중계 수수료를 낮추기로 했다.
포브스는 시장 안정화를 위한 당국의 개입 조치는 버블 붕괴를 미루는 임시방편일 뿐 버블 사이즈는 더 커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10조달러(약 1경1178조원)를 돌파했다. 세계 최대인 미국 시가총액 24조7000억달러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중국 증시가 지난 1년간 키운 시총 금액은 6조7000억달러로 증가폭만 보면 일본 증시 시총규모(5조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