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지구촌 경제를 진두 지휘하는 최고 사령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그녀는 '최초 여성 000'라는 타이틀이 가장 많이 붙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IMF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재이자 법률가 출신 총재로 2011년 7월 취임한 라가르드는 앞서 프랑스 첫 여성 재무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며 미국 로펌 '베이커 앤 매킨지' 재직 시절에는 초고속 승진 끝에 첫 여성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경력을 갖고 있다.
미국서 20년 넘게 변호사 생활을 하며 영어는 물론 월가 안팎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췄으며 격식을 차리지 않는 따뜻한 인품과 합리적 사고관, 뛰어난 협상력을 지닌 인물로 평가 받는다. 또 바쁜 일상 중에서도 인생 즐기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철저한 자기 관리와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전 세계 여성들 사이에서 지성과 패션을 겸비한 완벽한 롤모델로 꼽힌다.
라가르드 총재는 현재 5년 임기 중 1년을 남긴 상태이며, 공교롭게도 취임 직후부터 주요 과제였던 그리스 위기는 재선 의지를 밝힌 그에게 또 한번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평소 샤넬 재킷과 에르메스 백을 즐겨 착용하는 등 패션과 악세사리 착용에 관심이 많은 라가르드 총재는 마음에 여유가 있을수록 착용 아이템이 많아진다고 한다. 최근 들어 부쩍이나 심플해진 라가르드의 패션은 그리스를 둘러싼 그의 복잡한 머릿속을 대변한 것은 아닐까.
◆ 라가르드는 누구?
1956년 새해 첫 날 영문학 교수였던 아버지와 고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가르드는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학교와 직장을 다녔다.
프랑스 정계 고위 인사들 대다수와 같은 '그랑제콜' 출신이 아닌 파리 10대학에서 영어, 노동법, 사회법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남부 정치학교(IEP)에서도 정치학 석사학위를 땄다. 이후 공무원 시험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뒤 1981년 유명 로펌인 베이커 앤 매킨지에 입사했다.
베이커 앤 매킨지 재직 시절 그는 주요 독과점 금지 및 노동법 사건들을 다루며 실력을 인정받으며 초고속 승진 기록을 세워 1999년 10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법률회사 대표로 취임한다
CEO 자리에 오른 뒤로 회사 매출을 50%까지 끌어 올리며 사업가로써의 능력도 인정받은 라가르드는 2005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고 통상장관으로 발탁된다.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후에는 한 달간의 농수산부장관직 이후 첫 여성 재무장관으로 임명되며 IMF 총재 취임 전까지 프랑스 경제를 지휘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했을 때 라가르드는 유럽 각국의 입장을 잘 조율하며 협상력을 인정받았고 2009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서 가장 탁월한 재무부장관으로 그를 꼽기도 했다.
2011년 성추문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 후임으로 그가 집행이사회로부터 만장일치로 선출된 데는 이 같은 협상력이 큰 점수를 받은 덕분이다.
그리스 위기가 한창인 지난 6월25일 당시 그리스 재무장관인 야니스 바루파키스와 만난 라가르드 총재. <출처=AP/뉴시스> |
그리스 사태는 내년 IMF 총재직 재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IMF 신흥국 이사진들은 그리스 경제 위기에 IMF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라가르드 총재는 그리스의 부채탕감이 근본적 해결의 핵심이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라가르드는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파워 우먼' 중 6위를 기록했으며 작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33위에 올랐다.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라가르드는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영국 사업가와 두 번째 이혼을 한 뒤 지금은 2006년 산업통상부장관 시절 만난 법대 동기 사업가 하비에 지오칸티와 동거 중이다.
◆ 글로벌 금융위기 소방수 IMF
IMF는 국제금융체계 감독을 위임 받은 국제 기구로, 1944년 7월 22일 미국 뉴햄프셔 주의 브레튼우즈에서 유엔 금융•재정 회의의 브레튼 우즈 협정에 의해 전후 부흥책의 일환으로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함께 창설됐다.
국제 통화 협력과 환율안정, 환율조정, 경제성장 및 낮은 실업률 조성, 즉각적인 재정보충을 통한 국가들의 지불적응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세계 188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으며, 본부는 미국 워싱턴D.C.에 있다.
올 3월 기준 회원국들이 출자한 재원은 총 3620억달러 규모이며 재원에 대한 회원국별 지분을 나타내는 '쿼터'는 IMF 의사결정에 관한 투표권의 기준이 된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