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 이날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에 대해 찬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두운 얼굴로 건물에 들어선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자를 향해 오늘은 어렵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잠시 후 투자위원회가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연기됐다. 국민연금 측은 일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지분 11.21%(의결권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최종 결정을 미룸에 따라 삼성물산 합병의 성사 여부는 다음 주에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오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 일정을 연기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향해 업계는 물론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까지, 전방위에서 압박이 가해짐에 따라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계약을 체결한 기관들은 2곳 모두 국민연금에 반대를 권고한 상태다.
국제 의결권 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s Services)가 지난주 반대를 추천했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지배구조원) 역시 지난 8일 합병 비율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그밖에 진보적 시민단체와 일부 야당 정치인들도 이번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반면,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와 학계 일각에서는 찬성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에 대해 우리 법체계가 적절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갖추지 못한 만큼 국민연금의 행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마침 이날 오전 다수의 언론이 칼럼 등을 통해 국민연금에게 찬성표를 던질 것을 제안함에 따라, 국민연금이 즉각적인 결정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개최가 늦춰질수록, 국민연금이 찬성 여부를 의결위에 위임하는 대신 직접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임시 주총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의결위를 열 계획이라면 조속히 투자위원회를 개최하고 안건을 위임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주총에 임박해 투자위원회를 열고,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상회하는지를 확인한 후에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당초 오늘께 투자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전면 취소됐다"며 "추후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고 연기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