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상반기 글로벌 채권 시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널뛰기 장세를 펼쳤다. 하반기에도 미국 금리인상 개시를 앞두고 분주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연초 유럽 주요국 채권가격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디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에 급등세를 지속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일본 10년물 수익률을 뚫고 0%대까지 내려가면서 과열 논란을 불렀다. 미국도 연초 경기부진에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68%까지 밀리는 등 초강세를 보였다.
당분간 지속될 것 같던 열기는 4월 말 들어 독일 국채의 묻지마 투매를 시작으로 가파르게 냉각됐다.
0%대에 진입했던 독일 분트채 10년물 수익률은 1%까지 급등하며 유로존 창설 이후 이틀간 상승폭이 최고치를 찍었다. 미 국채 10년물도 2.5%에 근접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점을 썼다.
신흥국은 선진국에 비해 커다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태국은 약세를 보였다. 반면 연초 대비 수익률이 21.36%까지 곤두박질 친 러시아를 필두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국채 가격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 유로존 경제회복 '암초'
유럽중앙은행(ECB)은 예정대로 오는 2016년 9월까지 1조10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로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양적완화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킷이 집계한 6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5로 14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같은 달 유로존의 종합 PMI는 54.1로 2011년 5월 이후 4년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자 시장은 매도세로 돌아섰다. 경기가 좋아져 물가상승률이 가팔라지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채권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지난달 10일 독일 분트채 10년물 수익률은 1%에 도달했다. 수익률 1%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ECB의 양적완화로 국채 공급물량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과 정반대 모습이다. 오히려 국채 발행에 대한 부담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채권시장의 변동성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도 매도세를 가속화시켰다.
◆ 다가올 최대 악재 '미국 금리인상'
하반기 있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글로벌 경제엔 호재지만 채권시장엔 악재다. 기준금리 인상이 국채를 포함한 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 투자자들은 손실을 덜기 위해 매도에 나선다. 동시다발적인 투매세가 나타나면 채권값이 폭락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앞서 연준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의지를 밝혔다. 이후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면서 투자자들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6.5bp 오른 2.476%를 기록했다. 30년물은 6.5bp 뛴 3.242%를 나타냈다. 10년과 30년물 수익률은 각각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에 올라섰다.
6월 고용지표가 혼조세를 보였지만 연준이 이를 뉴노멀로 인식해 금리를 올릴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6월 실업률은 5.3%로 2008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과 노동시장 참여율은 모두 예상치를 밑돌았다.
반면 시장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골디락스 지표에도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본다.
코흔레즈니크의 패트릭 오키페 이코노미스트는 "베이비붐 세대의 집단 은퇴 등 노령화를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뉴노멀로 인식되기 시작했을지 모른다"며 "연준이 통화 정책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FTN파이낸셜의 크리스토퍼 로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6개월 전에 비해 연준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채권 시장에서 안전지대를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 하반기 전략: 투자등급 줄이고 고금리 늘리고
JP모간자산운용은 하반기 채권시장에 있어서 중앙은행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태로 JP모간자산운용은 금리인상 시기를 9월로 점친다. 반면 ECB와 일본중앙은행은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은행간 통화정책이 상이한 점은 금리와 외환에서 상대가치 투자 기회를 낳고 있다는 판단이다.
JP모간에 의하면 올해 미국의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기업들이 인수합병과 자사주매입 등 자금 수요가 늘어난 까닭이다.
JP모간자산운용의 닉 가트사이드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인상을 앞두고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서두르면서 투자등급 채권의 공급 압박이 강해졌다"며 "벤치마크보다 회사채 비중이 확대되는 점과 국채 금리 변동에 따른 여파를 고려하면 투자등급 회사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투기등급 채권(고금리채권, 정크본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유럽 기업들의 현금 보유가 2009년 이후 가장 빠르게 증가하면서 유럽 정크본드 시장의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JP모간은 유럽의 대출 여건이 2007년 이후 가장 양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금리인상을 우려해 불가피하게 국채를 매도하는 면은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미 국채 지수는 올 2분기 들어서 2% 가량 떨어졌다.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연준의장이 테이퍼링을 시사한 직후 '긴축 발작'이 촉발됐던 시기보다 낙폭규모가 크다.
프루덴셜파이낸셜의 로버트 팁 채권부문 최고투자전략가는 "미 10년물 국채가 단기물에 비해 저렴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향후 수익률이 최고조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리스크 프리미엄을 고려할 경우, 10년물 국채는 단기물 대비 0.5%포인트 가량 좋은 수익률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