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13일(현지시각)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협상 재개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공포감은 사라졌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출처=AP/뉴시스> |
우선 이 합의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ELA) 한도를 늘릴 것인지가 의문으로 남아 있다.
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그리스의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29일 이후 영업을 중단하고 있으며 당초 이날까지로 정해져 있던 시한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ECB는 그리스와 유로존의 합의 소식에도 이날 ELA 한도를 유지했다. ECB의 지원 없이 그리스 시중은행들의 자금 상황은 날로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스 의회가 오는 15일까지 마쳐야 하는 합의안의 입법 절차에서 강도 높은 긴축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도 큰 변수로 남아있다. 지난 5일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한 채권단의 제안보다 더 가혹한 조치가 이번 합의안에 담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스 의회가 이를 받아들이고 긴축을 제대로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이 합의안을 놓고 그리스 정부가 분열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측근인 야니스 발라파스 시리자 의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당내에 분열 조짐이 있다"며 "일부 시리자 의원들은 치프라스 총리의 전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전 재무장관은 ABC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불가능한 합의"라며 "이것은 그리스 경제가 회복하도록 하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치프라스 총리가 자신이 속한 정당인 급진 좌파 시리자로부터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준다.
근본적으로는 이번 합의가 단지 그리스의 위기 상황을 연장하는 것에 그친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부채 탕감이 배제된 이상 그리스 경제가 어려움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영국 시민단체인 주빌리 부채 캠페인의 팀 존스 이코노미스트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과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부채 탕감 거부와 민주주의를 무시한 긴축으로 경기 침체와 빈곤 급증으로 20년간 고통을 받았다"며 "방향이 변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상황이 그리스와 유로존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