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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下 학연·지연 얽힌 유착이 주범

기사등록 : 2015-07-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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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연대·서강대·성균관대 인맥 채권시장 주도..유통구조 바꾸는 법개정 필요

[뉴스핌=김남현 기자] 채권파킹과 유착관계에 대한 검찰 기소 및 금융감독원 검사가 진행되면서 채권시장에 오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졌던 불법거래와 접대문화가 뿌리 뽑힐지 관심이다. 자정노력에 나선 모습이지만 채권시장이 메신저 위주의 장외시장으로 발달해온 데다 시장참가자도 많지 않은 탓에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특히 학연, 지연 등으로 엮이면서 자연스럽게 유착관계로 연결될 소지가 컸다. 고려대와 연세대 인맥은 채권시장을 아는 사람은 다 알만큼 주도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중이다. 이어 서강대와 성균관대 인맥도 만만치 않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없어진 대신증권 싸이보스에 채권 브로커방이 개설되기도 했는데 이들을 대표하는 방이 바로 엘리제방·고대방(고려대)과 청송대(연세대)였다. 이 밖에도 한본드, 레드본드, 1번방, 참여연대, 토끼방 등 다양한 연줄로 그들만의 리그가 있어 왔다. 또 이들은 현재까지도 온라인에만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유대관계를 다지고 있는 중이다.

◆ 금투협 프리본드 개설..오히려 더 은밀하게

16일 채권시장에서 야후메신저를 통해 호가가 이뤄지는 모습.
이같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2010년 4월 프리본드를 개설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정착화했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싸이보스 채권 브로커방이 그대로 옮겨온 수준에 그치면서 기관과 브로커간 교차접속에 의해 거래를 투명하게 하자는 프리본드의 애초 취지가 희석됐기 때문이다. 프리본드는 현재 브로커간 거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할 뿐 기관과 브로커간 호가제시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협 관계자는 “싸이보스가 폐쇄되면서 증권사 대부분은 프리본드를 이용하고 있다”면서도 “원래 취지는 기관과 브로커가 함께 모여 (투명성을 높여) 거래하자는 것이었지만 실제활용도를 보면 브로커간 거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관과 브로커간 호가제시는 다른 메신저를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또 사설화했던 싸이보스가 폐쇄되고 일정 수준 공공성을 담보한 프리본드가 개설되면서 채권거래는 오히려 좀더 은밀화하는 경향이다. 주요 거래의 경우 1대1 전화를 이용한다거나 카카오톡(카톡)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카톡은 이후 국가정보원 자료제출이나 해킹 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용이 급격히 줄었다. 대신 텔레그램으로의 사이버망명이 줄을 이었다.

복수의 증권사 채권딜러들은 “중요한 개별 정보는 전화나 텔레그램을 이용한다”며 “또 별게 아니더라도 보기 나름이라는 점도 이를 이용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 유통구조 투명화, 폐쇄성도 일부 개선해야

이에 따라 유통구조의 투명성 개선과 폐쇄성을 바꾸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즉 협상(네고)을 기반으로 한 유통구조를 익명거래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도입돼 있는 다자간 매매체결회사(ATS, 일명 대체거래소)를 채권시장에도 도입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번 검찰 기소로 채권시장에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채권파킹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또 투자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쪽으로 이뤄지면서 충격을 준 사건”이라며 “이를 계기로 유통 구조의 투명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설 메신저를 활용한 채권거래가 편의성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불공정 거래를 내포하고 있다. 표준화 수준이 높은 국채나 통안채 정도라도 익명거래 방식으로 바꿔가는게 재발방지를 할수 있는 방향”이라며 “주식시장에 도입된 ATS를 채권시장에도 설립이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투명성에 대한 법규등이 상당부문 갖춰진 만큼 제도 문제라기 보다는 운용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 연구위원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에 장내화라든지 조치들은 많이 취해왔다. 그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가 계속된다는 것은 룰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인 도덕과 신뢰의 문제”라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업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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