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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윤지혜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직접 파견해 관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조원대의 영업손실을 파악하지 못한 KDB산업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누적 손실을 숨겨온 사실에 대해 산은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년 이상 산은 부행장 출신들이 대우조선 회계를 책임지는 CFO를 맡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분식회계 논란까지 야기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2011년부터 2014년 말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2조4870억원, 순이익은 1조991억원에 달했지만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 금액은 2조7519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순차입금은 3조6589억원 늘어났고 부채비율은 55.8%포인트 높아졌다.
당시 대우조선의 CFO는 산은 출신의 김갑중 부사장이었지만, 영업이익과 현금 흐름이 반대로 가는데다 유동성까지 악화되는 상황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뿐만 아니라 산은은 지난해 말 대우조선을 '관리대상계열'로 지정해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올해들어 전격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3월 산은 출신인 김열중 부행장을 대우조선의 CFO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대우조선 부사장 6명 중 김열중 부행장과 김용만 부사장을 남기고 나머지 4명의 부사장을 모두 내보냈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로 더 면밀하게 회사를 관리하기 위해서란 명분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런 명분에 산은은 자승자박한 꼴이 됐다.
뒤늦게 파악된 누적 손실에 분식회계 논란까지 이어지자 산은은 부랴부랴 복수의 외부기관에 실사를 의뢰했다. 이는 산은 출신의 CFO가 관리했던 재무와 회계처리에 대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에서 회계법인을 복수로 선정해서 다음 주부터 실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사나 건설사와 같은 수주기업 회계처리 방식에 있어 CFO와 기업 엔지니어 간 시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분식회계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도 "대우건설로 논란이 있은 뒤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어 산은의 관리 능력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대우조선 사태로 향후 금융권과 조선업계에는 부정적인 여파가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워크아웃 등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수주가 취소되거나 하진 않지만 외국인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이 당황하며 조선주를 중심으로 요동을 치고 있고 해당 업종에 대한 외인들의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번 부실 사태로 인해 각 시중은행들이 향후 조선업에 대한 대출 및 선수금환급보증(RG)을 줄일 계획을 밝히면서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종의 회생 가능성이 축소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이미 나간 RG가 끝나면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점차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라며 "멀쩡한 회사인줄 알았던 대우조선까지 부실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아무래도 향후 조선사에 RG를 제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대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조선을 떠안게됐고 대우조선 경영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관리위원회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산은이 직접 경영에 참여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은행에서 모든 것을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산은은 유상증자나 신규자금 지원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