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기업의 천문학적인 주주환원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에 의존해 기업들이 대규모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으나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조달 비용이 상승, 주주친화 정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달러화[출처=블룸버그통신] |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1일(현지시각) 연준이 이르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에 의존한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연준이 긴축을 실시할 때 시장 금리가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회사채 발행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다.
BofA의 한스 미켈슨 신용 전략가는 “회사채 투자자들의 자금을 빌려 주식 투자자들에게 환원하는 미국 상장기업들의 트렌드가 종료를 맞게 될 것”이라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물론이고 기업 인수합병(M&A)도 금리인상의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개월 사이 미국 상장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58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련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회사채 발행 자금의 주요 사용처로 밝혔다.
아울러 연초 이후 기업들이 M&A를 위해 발행한 회사채 규모가 11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발행 총액인 1650억달러의 67%에 달하는 수치다.
금리 상승으로 주주환원이 줄어들 경우 주가 상승 탄력도 위축될 여지가 높다. 뉴욕증시가 2009년 3월 저점 이후 장기 강세장을 연출한 것은 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 유통 주식수가 줄어들고, 이는 주당순이익을 실제 수익성보다 부풀리는 효과를 낸다. 이어 주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
주가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평균치를 훌쩍 넘은 가운데 자사주 매입 효과를 감안하면 고평가 문제가 드러난 수치보다 심각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MFS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스완슨 최고투자전략가는 “장기 최저금리로 인해 기업의 회사채 발행 비용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크게 부추겼다”고 말했다.
이날 도이체방크가 발표한 분석 자료는 BofA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상승 추세를 지속하는 것은 단순히 수급 불균형에서 초래된 결과라는 것이 도이체방크의 주장이다.
이는 자사주 매입에 따른 유통 주식 수 감소와 이로 인한 주당순이익 상승 효과가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BofA의 판단과 같은 맥락이다.
도이체방크는 신주 발행에서 자사주 매입을 뺀 공급과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수요 사이에 커다란 불균형이 발생했고, 버블 논란 속에서도 주가가 고점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도이체방크의 빈키 차다 전략가는 “주가 상승의 근본적인 배경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라며 “과거 20년간 S&P500 지수의 분기별 등락이 수급 분균형과 74%에 이르는 상관관계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